지난 19일 준공된 울산 석유비축기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준공된 울산 석유비축기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요청에 따라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한 한국 정부는 조만간 '현물 대여' 방식으로 정유사에 비축유를 풀 계획이다. 현물 대여는 정부가 정유사에 비축유를 제공한 후 정해진 기간이 되면 다시 원유를 현물로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정유사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축유 방출 물량과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정부는 비축유를 정유사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물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유사는 정부가 비축유를 대여해주는 만큼 해외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어 단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부와 사전에 정한 대여 기간이 끝나면 정유사는 받은 만큼 정부에 원유를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올 들어 원유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대여 방식으로 비축유를 시중에 공급하면 원유 수요 감소와 시장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3일(현지시간) 78.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7.62달러에 그쳤던 올 1월 4일에 비해 64.8% 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조만간 비축유 방출 물량과 시기가 담긴 구체적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정유사들도 비축유를 받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정유사와의 협의를 먼저 진행한 후에 최대한 빨리 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해외 수입 없이 106일 동안 국내에서 쓸 수 있는 97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이 주도한 이번 비축유 공동방출 결정이 원유 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축물량을 시장에 푸는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출 물량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방출하기로 한 비축유는 5000만 배럴로, 2019년 기준 미국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이 2050만 배럴인 점을 고려하면 2.5일치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 역시 3~4일 정도면 소진될 비축유를 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