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뒤집고 디자인 입힌 '럭스틸'…"우리의 경쟁자는 이탈리아산 고급벽지"
동국제강은 2011년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고급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사진)을 출시했다. 철강업계 브랜드의 원조로 불리는 럭스틸은 동국제강을 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1인자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럭스틸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주도했다. 장 부회장은 철강제품은 소품종 대량생산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고객 맞춤형, B2C, B2D(디자이너)의 개념을 도입해 시장을 변화시켰다. 럭스틸이 출시된 2011년만 하더라도 컬러강판은 흰색, 아이보리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단색 컬러 제품이 주류였다. 공장, 창고 등에 사용되는 패널 생산에 주로 공급됐다. 가전제품도 ‘백색가전’으로 불렸고, 컬러강판도 여기에 맞는 흰색 중심의 강판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국내 컬러강판 시장 상황도 ‘회색빛’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었고, 중국발(發)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었다. 국내에서 컬러강판 3강이었던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포스코강판이 연산 40만t 내외의 비슷한 생산 규모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더욱이 연산 5만~20만t 공급능력을 보유한 5~6개 중견기업과도 가격경쟁을 벌여야 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장 부회장의 승부수는 브랜드였다. 당시 럭스틸에 대한 업계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당장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할 경우 제조원가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 내부에서도 디자인 전문인력 부족 및 다품종 생산에 따른 생산성 희생 등 수많은 난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 부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중국산 등 범용 컬러강판과의 경쟁이 아닌 다른 시장을 강조했다. 그는 “럭스틸의 경쟁자는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이라며 “건축자재를 넘어 건축문화의 미학으로,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고 밀고 나갔다.

영업방식도 바꿨다. 기존 철강 대리점이 아니라 건축 설계사, 건축 디자이너, 건축주 등을 찾아갔다. 2013년 철강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철강과 디자인을 융합시켰다. 2018년 빌딩솔루션 센터를 투자해 럭스틸을 적용한 커튼월, 라인 패널 등을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2016년 B2C 브랜드 전용 홈페이지(럭스틸닷컴), 올해는 전용 유튜브 채널(럭스틸 TV) 등 고객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끊임없이 제시했다.

장 부회장의 전략은 결국 적중했다. 럭스틸은 차별화된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의 대명사가 됐다. 동국제강에서 럭스틸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 생산 규모는 2011년 6만t에서 올해 28만t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컬러강판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11년 10%에서 올해 20%로 높아졌다.

럭스틸이 국내 철강업계에 불러온 반향은 컸다. 포스코 ‘이노빌트’, 현대제철 ‘H core’, KG동부제철 ‘엑스톤’, 포스코강판 ‘인피넬리’ 등 철강업계의 브랜드 경영을 촉발했다. 장 부회장은 지난 8일 열린 럭스틸 출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에 이 자리에서 럭스틸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럭스틸이 뭐야’라는 반응이 주류였다”며 “이제는 ‘컬러강판은 럭스틸’이라는 대명사가 됐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