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직장인 한 모씨는 최근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신용대출금리가 4.74%에서 5.17%로 변경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월 신용대출 금리가 2.58%에서 4.76%로 2배 가량 올랐는데도 또 금리가 상승한 셈이다. 그는 "문자를 살펴보니 금융채 3개월이 0.792%에서 1.218%로 상승, 대출 금리가 올랐다는 내용이었다"며 "5% 금리라면 투자하는 데 큰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대출을 모두 다 갚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1등급·1년 만기)는 연 3.38~4.76%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신용대출 금리가 연 2.89%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빚투를 시작하려는 직장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 모씨는 "지수를 추종하면서 안전하게 빚투를 해볼까 머리를 굴려봤다"며 "평균수익 20%를 가정하면 세금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16% 정도이고, 현재 대출금리 수준을 생각하면 한 10% 정도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리스크 생각하면 그렇게 남는 거 같진 않아서 빚투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장 모씨도 "레버리지도 땡기는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은 대출도 쉽지 않고 금리도 올라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내년 금리가 1%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금리 상승기가 끝났다는 판단이 들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빚투도 주춤한 상황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금액을 의미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오가는 등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융자는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주가 상승기엔 이자를 상환해도 투자 원금 대비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7일 이내 기준 3.9~7.5%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3개월 기준으로 금리는 7.2%~9.5%로 은행권 신용대출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23조669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초 19조3522억원에서부터 지난 9월13일 25조654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빚투족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리는 데 이어 내년에도 잇따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대출과 같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윤성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빚투는 소득, 자산 등 경제적 불평등 확대에 따른 일종의 자구책으로 이해되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자산가격이 조정을 받게 되면 20대 및 30대 위주로 확대된 가계대출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