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중대재해처벌법, '모호한' 정부해설서

정부가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17일 '중대재해법 해설서'를 발표했습니다. 중대재해법과 시행령 모두 그 처벌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8월 '가이드북'에 이어 두 번째 가이드라인입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가 모호한 탓에 정부 지침 격인 해설서로 구체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법무법인 세종의 김동욱 변호사가 이번 정부 해설서의,의미와 한계, 문제점 등을 분석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 불법파견 등 주요 노사관계 현안은 물론 최근에는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을 맡는 등 기업의 인사노무 업무 전반에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의 법률가 중 한 명입니다.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법규인 만큼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의무가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행정해석으로 기업들이 제기하는 '물음표'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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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정부의 해설서가 나왔다. 중대산업재해 부분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해설서이다. 중대시민재해 소관부처들의 해설서 준비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중대산업재해 소관부처로서 선도적으로 해설서를 배포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해설서의 내용까지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먼저, 이번 해설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을 해소시킬만한 적극적이고 정확한 해석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최저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함이 없이 수규자에게 적정기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을 요청하고 그러한 요청에 따른 수규자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형사처벌까지 하는 문제를 가진 법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해설서는 이와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인 모호성을 최대한 걷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야 마땅하였다. 그러나 이번 해설서는 여전히 모호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어, 수규자들이 겪고 있는 당혹감 해소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라는 동일한 법문언을 4조와 5조에서 다르게 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해석으로 인해 4조와 5조의 관계에 대한 모호성만 더해졌다. 4조는 사실적인 통제를 규정한 반면 5조는 규범적인 통제의무를 규정한 조문인데, 해설서에 의하면 이러한 차이는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5조의 “책임”이라는 법문언은 무시되었다. 장소 등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등이 있는 경우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할 책임”이 있는 경우라는 해석론은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장소 등에 대한 소유권, 임차권을 가지는 경우는 해당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지, 의무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유권을 책임의 근거로 들고 있어 소유권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해석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일관되지 못한 용어사용이 많다. 예를 들어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문언의 해석이 일관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아무런 근거 없이 해석되고 있다. 사업 또는 사업장은 기업 그 자체라고 하여 법률관계 주체(entity)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러한 해석에서는 “사업장”이라는 문언은 그 존재 가치가 없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장소적 개념으로 이해한다.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관계법률인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을 'business' 개념으로, 사업장을 장소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동일한 용어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해석론 때문에 법률전문가들조차도 해설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모순되는 해석도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가 규정하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은 ‘매년’ 사업장의 상황을 고려한 안전보건 경영계획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각 부문에서 항상 고려하여야 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기본적인 경영철학과 의사결정의 일반적인 지침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에 그쳐서는 안되고 사업 내 개별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유해·위험 요인, 규모 등을 고려한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즉 동일한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어떨 때는 기본적인 경영철학과 의사결정의 일반적인 지침으로, 어떤 때에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목표와 경영방침은 그 의미와 체계를 고려할 때 구체적인 방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철학에 대한 선언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 내 개별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유해·위험 요인, 규모 등을 고려한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소정의 목표와 경영방침이 아니라, 매년 작성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안전보건계획에 기재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법령의 근거가 없는 해석이 너무 많다. 법령에서 명하지 않은 내용까지도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내용으로 해석함으로써 수규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문제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형사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법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령의 내용만으로도 준수가 어려운데,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형사처벌 법규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의무를 추가함으로서 수규자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열어둔 것이다. 이는 법해석행위라기 보다는 일종의 법창설행위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설서 44면에서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은 사업장별로 두어야 하는 안전관리자 등과는 별도의 인력을 두어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이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직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전담조직과 겸임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령 어디에도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직이 안전보건전담조직을 겸임할 수 없다는 근거는 없다. 전담조직을 판단하는 기준은 실질적으로 전사(全社)적인 안전보건활동을 하는 조직인지 여부다. 사업장 안전보건조직이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을 하면서도 전사적인 차원의 안전보건활동을 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고, 법령에는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법령을 아무리 보아도 안전보건활동에 전념하는 전담조직을 만들라고 한 것이지, 전사적인 안전보건활동과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을 구별하여 오로지 전사적인 안전보건활동만을 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또한 작업중지, 근로자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에 대한 매뉴얼과 관련해서, 도급에 따른 산재예방조치인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1항 5호 소정의 “경보체계 운영과 대피방법 등의 훈련”이 매뉴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작업중지, 근로자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에 대한 매뉴얼은 중대재해에 관한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에 직면할 때의 대응요령을 규정화하는 것이지,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일상적인 상황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경보체계 운영과 대피방법 등을 훈련하는 것이 그 내용에 포함되는 것은 아님에도, 해설서에는 이를 굳이 매뉴얼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해설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자체의 모호성이 심대한 법령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론을 정확하게 전개하는데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해석상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은 주무부처에 있고, 그러한 어려움을 수규자에게 전가해서는 곤란하다. 향후 수규자들이 제기하는 개별적인 쟁점에 관한 질의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해석을 통해 이번 해설서의 문제점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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