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규율 대상 기업이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거대 플랫폼으로 제한된다.

22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당정은 최근 이 같은 내용으로 공정위의 온플법 정부안을 수정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플법 규율 대상 기업은 중개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 중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애초 정부안은 매출 100억원 또는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 업체가 대상이었다. 소규모 플랫폼 및 스타트업의 혁신 동력을 꺾을 수 있다는 지적에 법 적용 대상 기준을 열 배 더 높인 것이다.

또 수정안은 플랫폼 소재지와 관련 없이 국내 입점 업체와 국내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모두 규율 대상에 포함한다. 단 규율 대상을 ‘중개 거래 플랫폼’으로 한정해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인 카카오·네이버는 물론 해외 기업인 구글·애플 등 20여 곳이 법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당정 합의안은 기존 온플법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 상품 노출 순서·기준 등 입점 업체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요한 항목을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으로 규정하고, 입점 업체에 대한 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서비스 제한·중지 또는 계약해지·변경 시 입점 업체에 사전통지할 의무도 부과했다.

중복 규제 우려와 관련해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에서 온플법과 겹치는 내용을 대폭 삭제할 방침이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금지 행위로 정한 11개 중 공정거래법과 중복되는 8개도 없앤다. 서비스 이용 요청을 받은 경우 수락 여부 및 불수락 사유 통지 의무도 삭제된다.

대신 이번 수정안은 규제 대상 사업자 규모 기준, 중개계약서 기재 사항 등을 정할 때 관계 부처인 과기부, 방통위와 의무적으로 협의토록 했다. 정부 내 정책 일관성을 위한 조치다. 당정은 현재 정책 수단으로는 플랫폼 분야 불공정 행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합의안을 다음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