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자 여객운송에 의존해야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를 노출시키기는 것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제주항공 브랜드를 꾸준히 경험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기내식 체험 카페를 오픈하는가 하면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주항공 브랜드를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 협약) 체결이 늘면서 국제선 노선은 ‘회복모드’에 들어서는 추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간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고객들의 보복심리와 기대심리를 복합적으로 반영해 관련 서비스를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 1 코로나19로 항공수요 급감
도전 1 브랜드 체험상품으로 고객과 호흡

제주항공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제주항공의 연간 운송여객수는 1335만2537명이었다. 1000만명을 훌쩍 넘겼던 여객수는 2020년 548만8712명, 올해 8월말 기준 417만951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상화 대비 약 40%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국내선 수요는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선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점을 우려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 항공기 탑승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공사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제주항공은 지난 4월 승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기내식 체험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이하 여행맛)’을 선보였다. 1호점인 서울 홍대점에 이어 AK플라자 분당점(2호점),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3호점)까지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특히 3호점에서는 기내식을 맛보는 것에 더해 객실승무원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지난 9월에는 서울 홍대 근방에 비행 체험 공간인 ‘비행의 행복을 맛보다(비행맛)’을 열고 보잉 737MAX 시뮬레이터를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여행맛과 비행맛 모두 여행 심리가 억눌린 상황 속에서 항공 관련 체험기회를 제공해 브랜드 경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제주항공은 편의점 CU와 함께 화이트데이 기념 탑승권 초콜릿 패키지를 출시하는가 하면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와 손잡고 제주도 여행 컨셉 밀키트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내놓았다.

GS리테일과는 ‘공동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주 당근주스, 제주 청귤모히토, 제주 녹차 초코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제주항공과 함께 제주 여행을 간접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고객경험 창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 2 여행 트렌드 변화
도전 2 신규 서비스 도입

코로나19로 고객들의 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여행이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중심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 여행은 비대면, 개인 취미, 휴식 중심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여행보다도 혼자, 혹은 친밀한 관계의 소수가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조용히 쉬고 즐기는 여행이 대세가 됐다.

제주항공은 비대면 및 소수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 변화에 따라 국내 LCC업계 최초로 ‘비즈니스 라이트’ 서비스를 국내선에 도입했다. 비즈니스 라이트란 복도를 중심으로 기존 3-3 비즈니스석 좌석 배열을 2-2로 바꾸고 좌석 간격도 넓혀 타인과의 대면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인 서비스다.

국내 1400만 자전거 인구에도 집중했다. 제주항공은 내륙 자전거 여행에 실증을 느낀 고객들을 타겟으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콘셉트를 제시하고 지난 5월 국적 항공사 중 최초로 자전거 캐링백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포~제주 노선에 한해 하루에 2번 왕복 서비스를 제공 중인 자전거 캐링백 서비스는 향후 자전거 여행객 증가 추이에 맞춰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행 트렌드에 따라 경쟁사보다 한발 더 빠르게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고 새로운 여행 수요를 발굴했다”며 “지속적으로 고객 이용상황을 모니터링해 신규 시장 개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상황 3 포스트 코로나 대비
도전 3 과감한 투자 진행

제주항공은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차세대 고객서비스 시스템인 ‘뉴스카이즈 PSS(Passenger Service System)’ 도입을 완료했다.

뉴스카이즈 PSS는 모든 시스템 사용자 환경을 기존 명령어 입력 방식에서 ‘그래픽화’해 누구든 쉽고 빠르게 시스템을 다룰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PSS 변경의 가장 큰 목적은 업무효율성 및 고객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며 “예약시스템, 여행사 고객을 위한 우대 시스템 프로그램, 영업 연계의 내부 관리 프로그램까지 영업 IT 환경이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했다.

뉴스카이즈 PSS는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됐다. 예약 조회시 불필요한 단계를 건너뛸 수 있어 전체 예약 진행 속도가 빨라졌고 카드 또는 계좌 정보를 한번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차세대 고객서비스 시스템을 교체함으로써 내부 판매채널은 물론 타 항공사 등과의 제휴를 더욱 쉽게 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제주항공의 브랜드 슬로건은 ‘여행의 새로운 기준(New Standard)’다. 제주항공 임직원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을 중시한다.

회사 관계자는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며 “국내 1위 LCC로서 마케팅 또한 기존 동종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고객중심의 서비스 및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중시한다. 여행맛, 비행맛, 비즈니스 라이트, 자전거 캐링백 서비스 등 제주항공의 신규 서비스는 모두 고객중심적인 사고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변화된 고객 수요와 여행 트렌드에 맞춰 신규 기획된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설명이다.

친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운송수단인 항공기 운영사로서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것은 필수다. 제주항공은 바이오 항공유 사용, 친환경 항공기 도입 등 탄소중립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남정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터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1) “누구에게 서비스할 것이냐? (Which customers will we serve?)”, (2) “어떻게 다르게 서비스할 것이냐? (How will we serve them?)”.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이 도출된다.

STP는 아마 마케팅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제로도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포지셔닝(Positioning)”은 마케팅의 백미(白眉)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중요하다.

포지셔닝이란 특정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경쟁사 제품에 비하여 차지하고 있는 ‘상대적인 위치’를 말한다. 제품의 물리적 속성, 물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얼마나 차별적인 위치를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고객의 눈에 전혀 다른 제품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혼다, 니산과 같은 일본 브랜드는 “경제성”이라는 핵심적인 포지셔닝을, 벤츠, 캐딜락은 “최고급”이라는 포지셔닝을, 포르쉐, BMW는 “성능”이라는 포지셔닝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는 “제3의 사적인 공간”, 던킨 커피는 “평범함, 편안함”의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저가 항공사 중에서 조금 더 특별한, 차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항공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하고 새로운 마케팅(여행맛, 비행맛, 비즈니스 라이트, 자전거 캐링백 서비스 등)은 모두 제주항공만의 포지셔닝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향후 제주항공의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차별화 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라이트는 “제품 차별화”, 자전거 캐링백은 “서비스 차별화”에 해당하였다. 이 외에도 인적 차별화, 채널 차별화, 이미지 차별화 등을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된 차별화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비행 티켓 가격에 매우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즉 아무리 좋은 차별화라도 고객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설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주항공의 차별적 서비스는 결국 고객의 Total cost를 낮추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