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등 고려…인상 따른 경기 타격·이자 부담 우려도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인상 이어질수도…속도 조절 의견도
한은, 올해·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가 0.25%p 추가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0.75%에서 1.00%로 올라가 제로(0) 금리시대의 막을 내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최근 높아진 물가 상승률과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경기 위축 가능성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제로시대 막 내리나…금통위 25일 1.00%로 인상할듯
◇ 0.25%p 인상 전망 우세…"인상근거로 3%대 물가상승률 제시될 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 "저희(한은)가 보는 경제 예상에 따르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더구나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한 10월 금통위 회의 과정에서도 최소 3명 이상의 위원이 물가와 가계부채 등을 거론하며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근거로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물가 동향을 꼽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금융 불균형 문제를 주로 거론했는데, 아마도 최근 물가가 꽤 올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금리 인상의 근거로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1%까지, 0.25%포인트 더 올릴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가인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데다 앞으로 소비까지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지금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면서 "10월에 이미 인상 소수의견도 나왔고,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단기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5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관리 목표인 2%를 웃돌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도 여전히 불안해 금통위원 중 1명 정도를 빼고는 인상 의견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했다.

◇ "내년 두, 세번 더 올릴수도"…경기·이자는 부담

이달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정도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1.25%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려놓고 이후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상황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강성진 교수도 "물가 상승 때문에 금통위가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며 "내년 두 세 번 정도 더 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영무 위원은 "이번에 올리더라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 경기가 계속 좋을지, 이번 겨울을 거치고 코로나가 예상만큼 진정될지,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약하면 내년 이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금처럼 계속 클지, 이런 질문들에 지금 당장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교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가 늘어날 텐데,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상환 유예 등 저소득층 부담 완화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8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작년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난다.

◇ "한은, 성장률 전망 4.0%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 올릴 것"

한은은 25일 금통위 회의 당일 수정 경제 전망도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0%)을 유지하되,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의 경우 2%대 중반 정도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교수는 "3분기 성장률(직전분기대비)이 0.3%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의 경기 플러스(+) 효과 등이 있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4.0%)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상승률 조정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내년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2%대로 크게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도 "성장률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8% 안팎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 11일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