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한국 개인·기관투자가가 해외 주식 투자로 올 3분기에 57억달러(약 6조7540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술주를 사들여 상당한 수익을 올린 ‘서학개미’가 분기 기준으로 올들어 처음 평가 손실을 입은 것이다. 나스닥 지수 등이 올 3분기에 주춤한 흐름을 이어간 결과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1년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올 9월 말 기준 5527억달러(약 654조8940억원·평가액 기준)로 지난 6월 말보다 73억달러 불었다. 지난해 말(4638억달러)보다 889억달러 불어난 금액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올해 7~9월에 해외 주식·펀드 13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해외 주식·펀드 평가손실로 5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에 매입액에서 평가손실을 제외한 순증가분은 73억달러다.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펀드를 굴리면서 지난해 558억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103억달러, 2분기 318억달러 평가이익을 올렸지만 3분기 투자에서는 '쓴맛'을 봤다. 올 3분기에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9%, 0.4% 하락했다.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18.2%나 떨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7~9월에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 해외주식은 미국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3억4269억달러)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나스닥지수 상승률을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 3억79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2억4429만달러), 아마존(2억2019만달러), 홍콩H지수 수익률과 같이 움직이는 ‘HANG SENG CHINA ENTERPRISE INDEX ETF’(2억1841만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주식은 물론 해외채권에서도 쓴맛을 봤다. 올 9월 말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채권 잔액은 3366억달러로 지난 6월 말보다 35억달러 늘었다. 지난 7~9월에 171억달러어치 채권을 더 사들였지만 136억달러 규모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 미 국채 금리 등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채권값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9월 말 4646억달러로 올 6월 말보다 77억달러 증가했다.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인 단기외채비율은 35.5%로 6월 말에 비해 3.7%포인트 하락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