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쿼터제·생산비 연동제로 가격이 수급상황 반영 못해"
소비자·학계 '환영'…낙농가 "낙농 기반 흔들어" 반발
치솟는 원윳값 잡힐까…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제안
정부가 원유 가격 결정체계 개편 방안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유업체와 낙농업계에 제안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전날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방안을 설명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주재한 이번 회의에는 최희종 낙농진흥회장,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 윤성식 연세대 교수,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등 위원 18명이 참석했다.

박 국장은 "현행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로 인해 원유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돼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유업체가 구매 의향이 있는 음용유 186만8천t(톤)을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L)당 1천100원, 가공유 30만7천t은 L당 900원 수준에서 사면 낙농가의 소득이 현재보다 1.1% 증가하며 자급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유업체에 가공유 구매 예산을 지원하면 평균 구매단가가 낮아져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 쿼터제는 젖소 사육 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이도록 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낮추는 방식이다.

회의에 참석한 김태경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은 "농식품부가 수급 상황을 반영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솟는 원윳값 잡힐까…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제안
소비자와 학계 측 위원들도 정부 제안에 동의했다.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소비상황과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시장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정동영 한국소비자원 상임이사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윤성식 교수는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 제품으로 틀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낙농업계 측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발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농가 손실을 전제로 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낙농가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무리 없이 정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은 "정부가 낙농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면서 "농가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은 쿼터가 문제가 아니라 진입하려는 젊은 세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