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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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대출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적용되면서 금리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중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32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8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올해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대출 규제에 2금융권으로의 가계대출이 쏠린 결과다.

가계대출 목표치를 바탕으로 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여력은 1조원도 채 남지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목표치를 바탕으로 산출된 대출 여력은 약 6400억원이다.

특히, 농협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목표치를 초과했다. 10월말 기준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조3000억원 증가했다. 작년과 비교해 가계대출이 6%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이미 목표치(4.1%)를 뛰어넘었다.

상호금융 중 신협의 가계대출 여력이 5000억원 남았지만,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현재 농협 수협 산림조합은 준조합원·비조합원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일부에 대해 취급을 중단했다.

카드회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 업계의 가계대출 대출잔액도 10월말까지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업계별 가계대출 목표치는 카드사가 6%, 캐피탈사가 11%다. 이를 반영한 올해 가계대출 한도는 3조2000억원으로, 이미 총량 목표치를 넘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3분기 들어 대출 취급이 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반면 보험사와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생명보험사 등 보험업계의 10월말 대출은 4조9000억원이다.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4.1%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여력은 1400억원 정도 남았다. 저축은행은 10월말까지 대출 6조1000억원이 발생하면서 대출 한도가 5000억원 가량 남아있다.

문제는 내년부터는 2금융권 대출 이용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론도 내년부터 한도가 제한돼서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카드론에 DSR을 적용키로 했다. 카드론 한도를 늘리기 위해선 고객이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찾아서 제출해야 하는 등 현재보다 카드론을 받는 절차가 복잡해진다.

추가로 카드론 이용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이 20~30% 줄어들고, 카드채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업계는 카드사당 카드론 취급액이 1000억원 정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카드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9월 말 기준 롯데카드가 15.43%, 삼성카드 12.93%, 신한카드 11.46%, 우리카드 12.85%, 하나카드 12.6%, 현대카드 13.39%, KB국민카드 13.5% 등이다.

여기에 본격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카드론 금리의 추가 상승세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내년 초에도 추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카드론의 DSR 규제 적용과 금리 상승기 조달 비용 증가한다는 점은 수익성 하락 요인"이라며 "고수익 자산으로 자리잡은 카드론에 대한 DSR 규제로 비카드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