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 황금기 기대…국산 우선구매제 시행·미사일 사거리 제한 폐지
올해는 방위산업에 중요한 한 해였다. 국방예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가운데 지난 5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완전 폐지됐다. 10월 21일에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발사됐다.

국방예산과 관련해 큰 폭의 증가가 있었다.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5년간의 국방예산 전망을 매년 발표한다. 지난 9월 발표된 ‘2022~2026년 국방중기계획’의 예산안은 315조원으로 ‘2021~2025년 중기계획’ 대비 14조원 늘어났다. 국방비는 크게 인력과 물자를 유지하는 전력운영비와 무기체계를 향상시키는 방위력 개선비로 구분된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의 예산안 중 방위력 개선비는 106조원으로 전력운영비보다 증가폭이 크다. 군인력이 감소하고 무기 첨단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한국산 우선구매제도’도 올해부터 시행된다. 이번 제도로 기술적 격차에 따라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무기체계를 제외한 주요 무기들이 국산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주요 함정에 운용 중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국내 기술로 확보하기 위해 CIWS-Ⅱ 사업을 시작했다. 이 밖에도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ASS) KPS(K-GPS)사업도 국산화로 진행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은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의 완전 폐지다. 미사일 사거리 지침은 지대지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합의한 외교 지침으로 1979년 처음 작성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해 지대공 미사일인 나이키를 개량해 국산화하는 ‘백곰사업’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때 인접국 사이에서 문제가 되자 미국은 사거리 180㎞ 이상 미사일에 대해 국내에선 개발도 보유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문서로 보장했다. 2001~2020년 네 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이 있었다. 이 와중에 북한은 계속된 미사일 시험으로 ICBM급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해 나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한·미 대응 및 공조 방안으로 올해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다.

한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하며 연료, 사거리, 탄두중량, 용도, 발사 플랫폼 등의 제약 없이 로켓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침 해제로 한국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개발 및 운용이 가능해졌고, 순항미사일 탄두 중량 및 무인기의 탑재 중량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10월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상공 700㎞ 높이까지 날아가며 민간 우주시대도 시작됐다. 총중량 200t의 누리호는 1단 엔진만 75t급 네 개에 달해 300t의 추력을 낸다.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저궤도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발사체는 2013년 나로호가 발사된 후 국산화가 지속됐다. 나로호는 1단 엔진이 러시아 기술이었으며 이마저도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극심한 견제 속에 진행됐다.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1단 로켓의 재사용과 고성능 로켓엔진의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팰컨9과 같은 선도 기술들과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건 기술 국산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저궤도 군용위성, 통신위성 등 앞으로 발사해야 하는 위성은 수없이 많다.

이 같은 산업 전반의 변화들은 국내 기업의 무기 수출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안팎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예산 증액과 국산화가 이어지면 무기체계 개발비 확보가 쉬워져 무기 수출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수출이 진행되고 있는 T-50 훈련기, K-9 자주포, 통신장비 등은 국산화를 통해 기술이전, 후속지원사업, 반제품 수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사의 자체 기술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방식이다.

2022년에는 호주 장갑차 교체사업의 사업자가 선정된다. 국내 업체들도 출사표를 던지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출이 확정되면 국내 지상무기 수출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이 밖에 T-50 훈련기, 수리온, 공개되지 않은 유도무기 체계 등의 수출도 기대된다. 앞으로는 통신망부터 군위성시스템까지 무기 수출 범위가 다양해질 것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국내 방위산업의 황금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