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올해 초과 세수 예상분은 12조원이다. 올해 본예산 대비 43조6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중 31조6000억원을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하고 남는 돈이다. 한때 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 부각 등에 따른 경기 둔화로 세수가 갈수록 줄어든 결과다.

민주당은 이 같은 세수를 가능한 한 내년으로 넘겨 이재명 대선후보의 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 10조원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국가 예산을 분식회계하겠다는 계획에 정부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 “올해 세금 내년에 걷자”

재난지원금 위해 "초과세수 내년으로 넘기자"는 與
민주당이 올해 세수를 내년으로 넘기려는 이유는 세계잉여금 처리와 관련된 국가재정법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교부세와 교부금(약 40%)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하고, 나머지 돈의 30%는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결국 12조원의 세계잉여금 중 △교부금·교부세 4조8000억원 △공적자금 상환기금 2조2000억원 △채무 상환액 1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3조5000억원에 그친다.

반면 초과 세수를 올해 걷지 않고 내년으로 미루면 세계잉여금으로 잡히지 않아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및 채무 상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올해 초과 세수 전체를 내년에 걷는다고 가정했을 때 쓸 수 있는 돈은 7조2000억원으로 세계잉여금으로 잡았을 때와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민주당은 올해 초과 세수 중 최소 10조원은 내년으로 넘겨 국민지원금 지급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미 하반기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는 코로나19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지난 8월 결정됐다. 여기에 따른 납부 유예 규모가 5조~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연말까지 이뤄지는 국세청의 법인 체납세 조사를 늦춰 징수 시점을 내년으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매달 1조~1조5000억원이 걷히는 유류세도 납부 유예 대상이다. 세금 발생 월의 다음달 말까지 내야 하는 유류세 구조상 10월 및 11월 등 두 달치 유류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난색 보이는 정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여당 후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임의로 세금 납부 시점을 미뤄주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납부 시점이 연기되면 이자 수입이 줄어드는 등 정부가 손실을 입게 된다”며 “세금을 늦게 내는 국민에게 가산세도 물리는 마당에 국가재정법을 회피하기 위해 납부를 유예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정법 규정 등을 감안해도 여당의 구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국세징수법상 체납 법인세 납부 유예는 체납자가 분납을 약속하거나 재해 및 재난 등 기한 연장 사유가 발생했을 때 가능하다. 이마저도 체납자가 먼저 신청해야 국세청이 심사해 납부 유예를 판단한다. 일괄적으로 납부 유예 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류세 납부 유예 역시 마찬가지다. 정유업계가 먼저 ‘경영상 등의 이유’로 국세청에 납부 유예 신청을 하면 국세청장이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최근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불어나며 실적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당이 나서서 정유사에 유류세 납부 유예 신청을 압박해야 논의 자체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실적 호황인 정유사와 법인세 체납 기업들의 세금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여당 관계자는 “대선 구도를 지원금 지급 찬반 구도로 돌려야 한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12조원 중 일부라도 납부 유예를 실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김소현/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