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고객 절반이 샀다…피코크 매출 10배
2013년 첫선을 보인 이마트의 식품 자체브랜드(PB) 피코크(사진)의 성장세가 매섭다. 사상 최고 매출을 올린 지난해 실적(3200억원)을 지난달 이미 넘어섰다. 출시 첫해 340억원의 매출을 올린 피코크는 8년 만에 연 4000억원을 넘보는 메가브랜드로 성장했다. PB 브랜드는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프리미엄 마케팅, 전국 맛집과의 협업, 오래된 제품을 과감하게 리뉴얼하는 혁신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 고객 52%가 찾는 메가브랜드

이마트 고객 절반이 샀다…피코크 매출 10배
8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피코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 증가율(7.7%)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밀키트 소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급증하는 만큼 올해 사상 첫 40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피코크 제품은 간편하게 요리해 먹는 밀키트와 데워서 바로 먹는 가정간편식(HMR)이 다수다. 상품 수는 약 1000개다. 이마트 고객 중 피코크 구매 비중은 올해 기준 51.6%다. 이마트 고객 2명 중 1명이 피코크 제품을 찾았다는 얘기다.

피코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맛집과의 협업이다. 이마트는 피코크 출시 첫해부터 맛집 발굴에 주력했다. 맛집 요리를 집에서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피코크 바이어들이 발로 뛰며 “그런 거 안 한다”는 맛집들을 설득했다. 출시 1년간 24만 개가 팔린 히트작 ‘피코크 초마짬뽕’, 2018년 맛집 요리를 밀키트로 구현한 서브브랜드 ‘고수의 맛집’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코로나19는 피코크의 위상을 높였다. 수십 년 된 노포와 미쉐린 레스토랑이 협업 제안을 먼저 해왔다. 미쉐린가이드에 세 차례 선정된 가정식 식당 일호식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구현한 ‘일호식 스키야키’, 미쉐린가이드에 4년 연속 선정된 태국 음식점 툭툭누들타이와 협업한 ‘툭툭누들타이 팟타이’가 연달아 나왔다. 현재 피코크의 맛집 콜라보 상품은 70여 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는 상품 수 등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제품의 맛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보다 맛’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

피코크 바이어들이 구상한 ‘품질과 맛’을 현실로 구현하는 조직은 한식 양식 등 각 분야 셰프들이 모인 ‘비밀연구소(상품개발실)’다.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인기 제품도 과감히 뜯어고친다. 베스트셀러도 피코크 셰프와 바이어, 맛집이 수시로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는다. 올해만 피코크 전체 제품의 10%인 100여 종을 리뉴얼하고 있다.

지난 6월 리뉴얼 출시된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는 본래 피코크 매출 상위 3위에 들었다. 의정부의 60년 전통 노포 오뎅식당과 협업한 상품으로 지난해 4월 출시된 후 1년간 30만 개가 팔렸다. 그러나 피코크는 올초 제품 리뉴얼에 들어갔다. 원조 요리와 더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당면을 오뎅식당에서 사용하는 라면으로 바꾸고, 소시지와 김치 등 재료도 오뎅식당 재료와 동일하게 구성했다.

5개월간의 리뉴얼 후 나온 새 오뎅식당 부대찌개는 6월부터 9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피코크 밀키트 매출 1위였다. 충성 고객들의 의견도 정기적으로 듣는다. 이마트는 매 분기 피코크클럽 회원 50명을 선정해 고객 평가단을 구성한다. 평가단은 매달 피코크 제품 2~3개를 평가한다. 조리 난이도와 맛뿐 아니라 향, 외관도 평가 대상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