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쇼크' 한국은 난리인데…일본은 조용한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이웃 일본은 요소수 부족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주원료인 암모니아의 80%를 자체 생산하는데다 디젤차의 비율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확보한 암모니아 96만2814t 가운데 77%인 74만3231t을 자체 생산했다. 일본은 우베코산(36만t)과 미쓰이화학(31만t), 쇼와전공(12만t), 닛산화학(12만t) 등 4개 회사가 91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재고도 5만7323t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수급이 빠듯해 지긴 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수입도 중국에 일절 의존하지 않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대만 등 3개 나라로부터 연간 확보량의 23%를 수입하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도 요소수는 10ℓ(마루야마화성 '애드블루' 브랜드 기준) 1500엔(약 1만5629원)에 정상 거래되고 있다. 요소수난이 일어나기 전의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다.

채산성 문제로 2011년 자체 생산을 중단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암모니아 생산과 관련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확정한 2050년 탈석탄화 사회 실현 계획에서 암모니아를 수소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지정했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에 암모니아를 섞어 쓰면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홀딩스와 중부전력의 합작 자회사인 제라(JERA)가 액화천연가스(LNG)에 암모니아를 섞어 연료로 사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화학단지에서 암모니아의 주원료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대규모 화학 콤비나트(공업단지)에서는 암모니아의 주원료인 코크스가스가 부산물로 배출된다"며 "암모니아 제조사들도 대부분 화학단지 주변에 있어 원료를 대량으로 싸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젤차 비중이 낮은 점도 요소수난을 피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판매된 승용차 288만대 가운데 디젤차는 5.8%에 불과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차가 주력이기 때문에 디젤차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8만6410대가 팔린 버스와 트럭은 99%가 디젤차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버스와 트럭도 100% 친환경차량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