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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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가 최근 5년 새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혜자카드’의 소멸, 비대면 카드 발급의 보편화 등 현상으로 카드 발급량 자체가 증가하자 자연스레 ‘장롱 속 카드’도 늘게 됐다는 분석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올 3분기 휴면카드 수는 895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890만3000장) 대비 5만1000장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829만1000장)에 비해선 66만3000장 늘었다. 휴면카드란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뜻한다.

휴면카드 증가세는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2016년 3분기 637만장이던 휴면카드는 이듬해 3분기 617만6000장으로 소폭 감소하더니 2018년 3분기엔 647만8000장으로 반등했다. 이후 2019년 3분기엔 774만1000장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에 800만장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900만장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2016년 3분기와 올 3분기를 비교할 때 휴면카드 수는 5년 새 40.6% 증가했다.

신용카드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과거만 해도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혜자카드가 많았다. 하지만 잇달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면서 혜자카드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해당 분야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확산되고 있다.

즉 과거엔 소비자가 혜자카드 한두 장만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쇼핑 특화 카드, 항공 특화 카드 등 각 영역별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을 여러개 발급받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2016년만 해도 경제활동인구 1인당 3.5장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올 1분기엔 1인당 4.1장으로 증가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을 통해 간편하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도 휴면카드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모집인이 직접 카드 영업을 했을 때에 비해 비대면으로 카드를 신청한 고객은 해당 카드사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회원을 새로 유치하는 것보다 휴면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이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휴면카드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문자 안내, 캐시백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카드사들이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휴면카드 증가세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