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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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내년 초부터 제네시스 GV70 전기자동차(EV)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건 GV70 EV가 처음이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일 아산공장에서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어 미국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노조에 공유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투입하고, GV70 EV를 시작으로 주요 모델은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다른 전기차 모델도 앨라배마 공장에서 차례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제작하면 앨라배마에서 생산하고 있는 쏘나타 등의 물량은 한국으로 다시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예상보다 과감하게 미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초부터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등 속도전을 준비하는 동시에, GV70 EV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6만 대 규모이던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30년 720만 대, 2040년 1250만 대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정책 방향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했고, 의회는 2027년 이후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1~10월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128만9608대를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 29.3% 늘어난 규모다. 연간 기준으로 혼다(1~10월 127만6507대)를 처음으로 제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5300대 팔렸는데, 이는 미국 진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1054대)과 비교하면 다섯 배로 늘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는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차가 GV70를 첫 현지 생산 전기차 모델로 선택한 것도 최근 판매 실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모델을 해외에서 만들려면 노조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GV70 전기차 모델은 미국에서 처음 생산되는 만큼 이런 제약에서도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GV70 EV의 미국 현지 생산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