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이길 혁신, 협력사에서 나와야"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기업 생태계 간 경쟁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동반성장’ 이슈가 한층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클럽 월례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동반성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대정신”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뜻하는 신자유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개별 국가들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분업 질서에 균열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한국 대기업들도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업 생태계를 활용해 해외 기업들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권 위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 공급망을 잘 관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확 벌어진다”며 “공급망에 속한 협력업체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또 다른 키워드로 ‘기업 관계의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과거의 경제민주화는 주로 기업 내부의 노사관계 문화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수평적 문화로 방점이 옮겨갈 것이란 설명이다. 원청사가 수탁 기업에 용역 및 제품 제조를 지시하고 수탁 기업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수직적 관계에선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권 위원장은 “이런 수직적 기업 생태계에서는 어떤 혁신도 나올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최근 국내 기업들의 기술 투자가 부진한 것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많은 협력사가 관여한 기술 결과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이 내놓은 결론은 ‘보완적 협력관계’였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서슴지 않고 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기업 생태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권 위원장은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2003~2004년 노무현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18년 2월부터 제4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