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 판정 또 내놨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면, 하청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또 나왔다.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도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취지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심 신청에서 초심을 취소하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덕대에서 용역업체 선정과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시설관리 팀장은 지난 1월 노조 조합원에게 "노조에서 탈퇴하면 아내와 처형의 채용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노조는 이 발언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인덕학원의 이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해 달라"는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초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 6월 "인덕학원은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자, 노조는 재심신청에 나섰다. 서울지노위는 "근로자들과 인덕학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인덕학원을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볼 수 없으며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도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정했다.

하지만 중노위의 판정은 달랐다. 중노위는 "인덕학원은 용역업체 근로자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인덕학원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정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 2010년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됐던 사건에서 내놓은 '실질적 지배력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중노위는 인덕학원과 용역업체 간 체결한 계약서를 근거로 들었다. 계약서에는 △학교법인의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학교 행사나 제설작업 시 업체는 학교법인의 미화원 동원 요청에 응해야 하지만 반대 급부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상시 업무요청 규정이 담겨 있었다.

그 외에 '학교가 원활한 청소관리 운영을 위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응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지시권 규정과 '학교가 지적하는 미화원의 근무태만에 대해 징계 처리하고 그 내용을 학교측에 보고할 것'이라는 취지의 근태 관리 조항도 지적했다. 중노위는 이를 근거로 "학교법인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조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덕학원 측은 관리자의 개인적 발언에 불과해 지배개입 의사가 없다고 맞섰지만, 중노위는 "관리자의 지위나 대화의 전후 맥락을 볼 때 개인적 의견 표명 수준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판정에는 지난 6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교섭 요청에 불응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중노위의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에도 중노위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을 하청 근로자인 택배노조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며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판정은 CJ대한통운 사건과 달리 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것이라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반하느냐의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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