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한솔홈데코는 1991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해외 조림사업을 비롯해 제재목, 가구 소재 및 인테리어 자재 등 원료·제조·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했다. 지난 30년간 시공업체와 건축자재 대리점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 이 회사의 주요 마케팅 대상이었다. 이런 한솔홈데코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업체 이미지를 벗고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시도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김경록 한솔홈데코 대표(사진)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한솔홈데코 익산공장장, 소재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9년 12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B2C 기업으로 체질 변화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한솔홈데코는 목재 기반 제조기업으로 출발했다. 몇 년 전부터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에 대해 고민했다. 제조업 중심 전략만으론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산업에선 최종 소비자를 고객으로 여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면서 정보 비대칭이 해소된 데다 좋은 제품을 스스로 찾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붙잡으려면 상품 정보를 가장 많이, 정확히 알고 있는 공급자가 직접 나서서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제조업체도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솔홈데코는 고객에 대한 정의를 최종 소비자로 재정립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부문을 강화하나.

“한솔홈데코는 바닥재 외에도 가구 소재, 벽면재, 도어, 몰딩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고객 접점 서비스를 접목한 신규 사업모델을 만들고 있다. 내년 1분기에는 신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분산된 기존 상품 브랜드를 통합하는 통합 브랜딩 작업도 진행 중이다.”

▷회사 조직은 어떻게 바뀌나.

“제일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의 마인드 변화다. 회사는 그동안 제조원가 관리와 대리점 유통에 매달렸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고객은 최종 소비자라는 인식 변화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한솔그룹은 인재를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가 강하다.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몰입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솔의 조직 원칙인 투명, 스피드를 기반으로 몰입을 유도하고, ‘몰입을 통한 글로벌 수준의 조직 경쟁력 확보’를 조직 문화 혁신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해 직원이 지시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일에 권한과 책임감을 갖도록 수직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일의 구조를 바꿔 수평적으로 넓혀서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계에 의한 관료주의’가 아니라 ‘코칭 리더십’이 의사 소통의 중심이 되도록 리더십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칭 리더십은 사람이 가장 인간답게 일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거부감이 없는가?

“직원이 실패하더라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제품 개발,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DNA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탈바꿈시켰다. 예컨대 상품개발팀에선 100개의 상품을 개발하면 20~30개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나머지 70~80개 제품은 실패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과 혁신에 나서는 직원이 없다면 회사의 성장도 없다. 최근 출시한 반려동물 가정용 바닥재 ‘펫마루’도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반려동물 가정이 급증한 영향 덕분에 펫마루도 출시 초기부터 판매량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동시에 성과 보상 체계도 직원들을 줄 세우는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꿨다. 직원이 각자의 성과를 리더와의 소통을 통해 평가받도록 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최근 디자인혁신위원회를 신설했다.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중심으로 건축,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 대표는 고급 주거시설에 들어가는 심미적인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길 원했다. 그런 목적의식이 B2C 사업을 강화하려는 한솔홈데코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위원회와 다양한 디자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브랜딩 작업도 디자인혁신위와 협업하고 있다. 본사 사무실도 스타트업처럼 개방된 구조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인적·물적 개방이 변화의 갈림길에 선 한솔홈데코에 필요하다.”

▷회사 실적은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까닭에 매출이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목재업계에선 원자재가격이 두 배가량 뛰면서 이렇다 할 실익을 얻지 못했다. B2C 기업으로 체질 변화가 절실한 배경이다. 당장 재무적 성과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시도하는 변화가 성공해야 지속 성장의 토대가 마련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한솔홈데코는 해외 조림사업을 통한 탄소배출권 거래, 익산공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탄소중립 관련 사업을 일찍부터 시작했다. 익산공장에서는 연간 6만t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것도 10년 전에 비해 30% 줄어든 것이지만, 탄소배출권 거래 부문까지 고려하면 한솔홈데코는 탄소를 사용하는 양보다 감축하는 양이 더 많은 기업이다. 또 익산공장에서 생산하는 MDF(중밀도섬유판) 원료 55%는 공사 현장의 목재 거푸집 등을 목재칩으로 재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우리 산업 공급망 내에서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순환 자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유엔이 2016년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친환경 바닥재 등 주력 제품을 개발·공급해온 것도 자랑할 만한 점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