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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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대출 금리가 0.2% 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추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에서 4.68%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하면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오른 것.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도 하루 만에 3.88%에서 5.08%였던 금리가 4.00%에서 5.20%로 양 끝이 0.12%포인트씩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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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금리가 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리의 빠른 인상은 은행채 등 시장 금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은행권에서도 "금리가 하루에 0.2%포인트나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에서 4.814%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높아진 것.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 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연 2.92%에서 4.42%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3.97%에서 5.377%로 올랐다. 최저 금리 1.05% 포인트, 최고 금리 0.957% 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두 달 사이에 약 1%포인트 뛴 것.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5%에서 4.6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이는 8월 말 기준 하단 3.02%, 상단 4.17%보다 각각 0.33% 포인트, 0.51% 포인트 높아진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또 올라 그 영향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께 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출금리 인상 배경에는 기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이 꼽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지난 8월 말 1.891%에서 10월 말 2.656%로 약 두 달 새 0.765% 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1.253%에서 1.743%로 0.49% 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금리로 주요 활용되는 코픽스도 올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현재 적용 중인 신규 코픽스(1.16%)는 8월 말 당시 적용된 신규 코픽스(7월 기준 0.95%)보다 0.21%포인트 높다.

최근 2개월 새 지표 금리의 상승 폭은 최대로 잡더라도 약 0.7% 포인트 정도인데, 실제 대출금리가 1%포인트나 오른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폭을 0.5%에서 0.3%로 0.2% 포인트 줄였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 최대 0.3%를 아예 없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9월 3일부터 16일까지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는 0.3% 포인트를 올린 효과가 나타났다.

금리 변동 폭이 높은 수준이지만, 고정금리보다 여전히 변동금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21.4%였다. 78.6%의 가계대출자가 여전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

은행들이 향후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의 가산금리를 높였고, 이 때문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를 크게 웃돌게 됐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예금(수신) 금리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은행채 등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는다.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체로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보다 빠르다.

이달과 내년 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의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금리 인상은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당장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6% 포인트나 높으니 여전히 상당수 대출자가 변동금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금 변동금리를 택했더라도, 앞으로 시장 금리 추세를 꼼꼼히 살펴 예상보다 많이 오른다 판단되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기'(대환 대출)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