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달 예정된 우리금융그룹 종합검사를 돌연 중단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일부 검사가 올해로 연기되긴 했으나 종합검사 철회는 올 들어 처음이다. ‘시장친화적 감독’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정은보 금감원장이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 3년 만에 다시 폐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단독] 금감원,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중단
2일 금융당국 안팎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15일로 통보했던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잠정 철회했다. 대신 오는 22일 SC제일은행의 경영실태를 평가하기로 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검사 방식과 여러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 결정”이라며 “다시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하는 현장 검사·평가 중에서도 시간과 인력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고강도 검사다. 애초 금감원은 올해 평년보다 많은 16회의 종합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진행한 곳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메리츠증권, 삼성화재, 농협생명 정도에 그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지난 3년간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종합검사를 받지 않았던 곳”이라며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종합검사 일정은 끝났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정 원장이 종합검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검사·제재 개선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 중이다. 그는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검사, 제재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있지 않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먼지털기식 검사 사라지나
정은보式 '감독 체계'에 초미 관심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계획을 중단하면서 검사 제도 전반을 새로 손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안에 종합검사 폐지를 선언한다면 제도가 부활한 지 3년 만이다. 금융권에서는 제재만을 위한 ‘먼지털기식’ 검사 말고 사고 위험을 미리 잡아내는 사전 컨설팅식 검사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의 행보에 전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종합검사가 금감원이 쥔 칼자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특정 부문만 골라 살펴보는 부문 검사와 달리 종합검사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 △수익성 △유동성 등을 모두 검사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내부 통제 시스템, 검사 시점의 금융권 이슈와 관련된 모든 경영 상황을 들여다본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경영 실태 평가와 비교해도 준법성 문제, 각종 규정 위반 여부 등을 더 세밀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만큼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다른 검사에 비해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출할 사전 자료가 많을 뿐 아니라 30여 명의 금감원 직원이 한 달가량 투입되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크다”며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사에 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종합검사는 수십 년간 금융권에서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 중 하나였다. 여기에 역대 금감원장마다 종합검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 오락가락 운영돼 왔다. 2013년 취임한 최수현 원장은 취임 후 ‘진돗개식 끝장 검사’를 기치로 내걸었다. 검사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끝까지 ‘수색’해 금융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2014년 취임한 진웅섭 원장은 반대로 ‘경영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뒤 종합검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2018년 취임한 윤석헌 원장이 3년 만에 감독 강화를 이유로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감원 내부의 검사·제재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종합검사를 비롯한 기존의 감독 및 제재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각 검사 방식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검사를 폐지하는 대신 사전 컨설팅식 검사와 비대면 평가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 기존의 부문검사와 경영실태 평가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 방식과 관련 없이 특정 사고가 발생한 뒤 진행하는 사후약방문식 검사 관행이 먼저 없어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18년부터 종합검사가 부활했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사고 이후 다른 금융사를 추가 수사하는 식의 검사가 이뤄졌다”며 “검사의 포맷만 바꾸는 게 아니라 금융사가 미리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행 검사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