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겹쳐 인력 수급 이중고…지자체 나서 일손돕기 '박차'
보리갈이에 감자 농사까지…일손 부족으로 시름 깊은 전국 농촌
"보리갈이도 해야 하고, 감자도 곧 심어야 하는데 손이 없어요.

"
2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너른 밭에 앉아 허리를 굽히고 있던 박종주(65)씨는 몇 시간 만에야 허리를 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히고 흘렀다.

벼 수확 이후 트랙터로 논을 갈기까지 함께 한 사람은 오직 아내뿐이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부부가 농사일을 감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래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해야 할 콩 수확, 감자 씨 파종도 그래서 더 걱정이다.

면사무소, 농협 등에서 종종 나와 손을 보태주기는 하지만 근심은 여전하다.

박씨는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와서 농사일을 도와줬는데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작황도 좋지 않아 힘든데 인건비가 비싼 내국인을 고용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안군 백운면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임모(65)씨도 최근까지 수확 걱정에 밤잠을 못 이뤘다.

너른 밭에서 고추는 햇볕을 받아 빨갛게 익어가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양이었다.

아내가 일손을 돕고 외국인 근로자도 몇 차례 어렵게 구했지만, 아직 따야 할 고추는 산더미였다.

더군다나 최근 지병이 악화해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던 중 백운면사무소와 백운농협 직원, 진안군청 산림과·문화체육과 직원 30여 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 이장으로부터 임씨가 농사일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도나도 손을 보탠 것이다.

농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도시락도 손수 준비했다.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고추를 따준 덕에 임씨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백운면사무소 관계자는 "고추는 벌겋게 밭에서 익어가는데 손은 부족하고, 수확기는 점점 지나가니 농민들 심정이 어떻겠느냐"라며 "우리 이웃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가 들리면 면사무소 직원들이 함께 종종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갈이에 감자 농사까지…일손 부족으로 시름 깊은 전국 농촌
이처럼 농번기, 수확기를 맞아 근심에 젖어 있는 농가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손을 거들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은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부서 직원을 농가로 보내기로 했다.

군은 외국인 인력수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 및 장애인 농업인, 과수와 채소 등 수작업 인력이 필요한 농가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영농대행 서비스, 농기계 임대료 50% 감면, 택배비 지원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경북 청송군도 오는 11월 초까지 농촌 일손 돕기에 두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군은 공무원 170여명을 고령, 지병으로 영농에 차질을 빚는 농가에 투입할 예정이다.

더 많은 단체가 농촌을 찾아 일손을 보탤 수 있도록 홍보 활동도 하기로 했다.

전북 완주군 역시 지난 6월부터 '농업 인력지원 상황실'을 운영, 제때 농촌에 인력이 수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상황실에 등록된 인원은 약 1만명이다.

효과적인 인력 확보를 위해 이들에게 교통비와 단체 상해 보험료, 현장실습 교육비 등이 지원된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농촌이 한창 바쁠 시기는 지나 지금은 한고비 넘긴 상태"라면서도 "여전히 농촌은 인력 부족,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에 농가 지원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