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체 부품 제조업체 동신모텍은 2014년부터 수년간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차체골격 부품으로 들어가는 대시패널 부품을 개발했다. 당시 르노삼성은 해당 부품을 수입해 쓰고 있어, 국산화 대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르노삼성의 협력사인 동신모텍은 정부의 ‘공동투자형 R&D 사업’을 통해 르노삼성에 자동차 대시패널에 대한 국산화 기술 개발을 제안했고, 르노삼성과 정부로부터 각각 3억7000만원의 연구개발(R&D) 지원 출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동신모텍 관계자는 “개발에 성공한 부품은 2017년부터 르노삼성에 납품해 연 10억원 이상 관련 매출을 만들고 있다”며 “르노삼성도 해외에서 부품을 검수해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크게 줄여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동신모텍이 활용한 공동투자형 R&D 사업이 강소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업은 대기업·공기업 등 투자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 제품이 있으면, 정부와 공동으로 기술개발 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형태다.

르노삼성과 車부품 국산화 성공한 동신모텍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사업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사업계획서 접수 및 평가, 사후관리 등 실무를 맡고 있다. 기정원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이 지원한 금액과 같은 규모로 R&D 자금을 지원하도록 설계돼 중소기업으로선 양측으로부터 유의미한 출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 지원금 기준으로 3년간 최대 1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기업의 출연금은 R&D 사업비에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중소기업은 12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투자기업은 정부 지원에 따라 R&D 투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보는 데다 각종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출연금 10%에 대한 법인세 공제, 지정기부금 투자기업의 손금(비용) 인정 등이 그것이다. 지정기부금은 사회복지, 문화, 예술 등 공익성을 감안해 지정한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일정 한도에서 공제된다. 중소기업으로선 자금 부족으로 개발이 막혔던 신제품·신기술을 대기업의 협조하에 비교적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춘우 동신모텍 대표는 “출연금 성격의 자금을 받기 때문에 대출과 같이 부담이 크지 않다”며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산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공동투자형 R&D 사업에 참여하는 투자기업도 늘고 있다. 대기업과 공기업을 합해 현재 94개 투자기업이 참여했고, 이들 기업과 정부가 조성한 투자협약 기금은 7606억원(올 9월 기준)에 달한다. 기금은 지금까지 1150개 기술개발 과제에 5780억원 지원이 결정돼 있다. 대·중소기업 농어업 협력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