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불어나는 정부 씀씀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류세 인하를 비롯해 물가 안정에 총력을 쏟는 정부가 되레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조사국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올해 4~9월에 6개월 연속 한은의 안정 목표치(2%)를 웃돈 원인의 하나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꼽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7월 작성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와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 경제학자인 마노즈 프라단이 올해 함께 작성한 신간 《인구대역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굿하트 등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정부 재정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적절한 시점에 회수되지 못하면 경기 회복 과정에서 보복(pent-up) 소비 등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장기간 이어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가계의 여윳돈이 넉넉한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처분가능소득 등에서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1999년(1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씀씀이를 억제한 결과다. 여윳돈이 넉넉한 가계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데다 소비진작책까지 나온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방역체계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소비심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8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올랐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0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