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계열사, '올품'에 부당하게 이익 제공
고가 매입·통행세 거래·주식 저가 매각 등
올품, 2013년부터 매출 '급상승'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2,745 +0.92%) 소속 계열회사들이 올품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 동일인 김홍국 회장은 2012년 1월 장남 김준영 씨에게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지분 100%를 증여하고, 이후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고가 매입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등의 행위를 통해 올품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품의 연간 매출액은 준영씨가 증여를 받기 전에는 7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분 증여 이후인 2013년에는 346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연매출 3000억~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3178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약품 수요자인 하림 계열의 양돈농장들이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종전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통합 구매하는 것으로 바꿨다. 2012년 1월~2017년 2월 올품으로부터 높은 가격에 동물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일례로 배합사료 제조·판매업 및 양돈업 등을 영위하는 팜스코(5,960 +2.23%)는 통합구매 기간 중 세 차례나 자체 가격조사를 통해 자사 구매가격이 외부 양돈사업자의 대리점 직구매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를 2017년 2월까지 지속했다.

이후 팜스코는 2017년 3월 통합구매에서 이탈해 대리점 직거래 계약을 체결했는데, 직거래로 구매한 가격은 올품을 통한 통합 구매 가격보다 매출액 기준 14.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11,350 +3.65%), 제일사료, 팜스코 등 계열 사료회사들은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 방식으로 변경하며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에 구매대금의 약 3%를 중간 마진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올품의 거래상 역할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계열 사료회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거래하던 사료첨가제 제조사에 기존 직구매 단가 대비 약 3% 인하한 가격으로 올품에게 공급할 것을 요구했고, 3% 단가 인하로 인한 차액은 모두 올품에 중간마진으로 귀속됐다. 계열 사료회사들은 올품을 거쳐 사료첨가제를 구매하게 됐을 뿐, 통합구매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단 얘기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이 같은 방식으로 올품이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수취한 중간마진은 총 17억2800만원에 달한다. 특히 통합구매 기간에도 사료첨가제 구매 및 가격 협의는 계열 사료회사와 제조사 간에 직접 이뤄지는 등 올품은 거래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기능성 사료첨가제 통합구매는 계열 사료회사들과 사료첨가제 제조사 모두에게 불필요했고, 거래상 역할이 없는 올품에게만 과도한 경제상 이익이 귀속되는 비합리적 거래였다고 판단했다.

하림그룹이 2013년 1월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9,480 +1.61%))가 보유한 구 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동일인 2세 지배회사에 대한 지원행위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된 후 행해진 계열사들에 의한 일련의 지원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부당지원 행위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아쉽다"며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였고 거래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거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