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서울 시내 택배물류센터 /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시내 택배물류센터 /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몇 년 사이 수익률이 많이 낮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졌죠. 그래도 물류센터를 투자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요즘 부동산·대체 전문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자산은 물류센터다. 사실 요즘이라 하기에는 물류센터가 투자 선호도가 높아진지 벌써 몇 년째다. 어느새 안전자산 1순위로 꼽히던 오피스빌딩까지 제쳤다.

물류센터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초가 되는 토지가격도 올라가면서 물류센터 투자 수익률도 3% 대까지 떨어졌다. 오피스빌딩만큼 떨어진 셈이다. 그러다보니 물류센터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도심 오피스빌딩은 비싼 토지가격에 건물가격이 더해져 희소성이 올라가다보니 수익률이 떨어졌다. 그런데 수도권을 벗어나 충청권까지 확장되고 있는 물류센터는 오피스빌딩만큼 비싼 땅값도 아니고, 공사비도 그만큼 드는 것이 아닌데 수익률이 오피스빌딩과 비슷한 건 낮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물류센터는 기관 투자가와 자산운용사들의 1순위 투자 대상이다. 아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물류센터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어 '신상' 물류센터의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지어지는 물류센터들은 완공 전에 대형 임차인 섭외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입지 좋은 물류센터는 임차인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물류센터가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걸까.
물류센터 수익률 7년만에 1/6으로 '뚝'
물류센터가 처음부터 이렇게 '핫'했던 상품은 아니다. 물류센터 투자가 조금씩 이뤄지던 건 2015년. 당시만 해도 수도권 내 1000억원 미만인 투자 상품으로 규모가 작아 기관 투자가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았다. 연간 투자 수익률은 높았다. 최소 8%, 임대료가 더 비싼 저온 물류센터는 13~18%까지도 나왔다. 당시 오피스빌딩 투자 수익률이 6%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투자자 찾기는 쉽지 않았다. 임차인이 필수적인데다 운영과 관리도 오피스빌딩과 달랐고, 화재 위험도 컸다. 주로 해외에서 물류센터 투자를 앞서서 진행했던 외국계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류센터 공급과 투자가 늘어났다.

매년 새로 짓는 물류센터가 급증했고, 수도권 물류센터가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투자수익률도 뚝뚝 떨어졌다. 투자수익률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 물류센터에 들어가기엔 늦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3년 전쯤 한 투자업계(IB)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2~3년 전에 투자했던게 적기였다"면서 "초기 투자한 투자자들은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지만 지금 투자해서는 리스크는 더 커졌고, 투자수익률은 8~9%에 불과해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는 얘기도 전했었다.
대형마트서 온라인 쇼핑으로…물류센터 수요 급증
하지만 여전히 물류센터 투자는 뜨겁다. 몇 년 전부터 과잉공급 우려가 나오던 물류센터가 현재까지도 주목받는 건 무슨 이유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유통 구조의 흐름을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유통 구조의 변화가 물류센터의 흥망성쇠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국내 유통시장에는 대형 마트가 등장했다. 1992년 빅마켓, 1993년 이마트, 1994년 코스트코, 1996년 까르푸, 1997년 홈플러스 등이 전국적으로 대형 마트를 지었다.

그전까지는 식품 등 회사들이 각 지역마다 총판을 세우고, 동네마다 소규모 창고를 지어 슈퍼마켓부터 작은 가게까지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대형 마트가 등장한 뒤로는 마트에 직접 납품을 하면서 소매 공급이 줄었다. 대형마트들은 지역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어놓고, 하루 이틀 정도의 물량을 받아 지점마다 유통시켰다.

유통구조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오픈마켓 성장과 함께 쿠팡을 비롯해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3대장이 등장했다. 최저가를 찾는 사람들이 대형 마트보단 온라인 쇼핑을 즐겼다. 2014년부터는 쿠팡에서 익일 배송을 내세운 자체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물류시장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

보다 빨리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물류센터가 있어야했고,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바로 찾기 위해서는 최첨단 방식이 적용된 물류센터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신선식품도 배달이 되면서 상온창고 뿐만 아니라 저온창고 수요도 급증했다. 신규 물류센터 수요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물류센터는 보다 촘촘하게, 전국적으로 확장됐다. 쿠팡 뿐 아니라 마켓컬리, 쓱 등 익일배송을 내세운 온라인 마켓도 늘어갔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런 물류센터 수요가 몇 년은 더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체제에서 온라인쇼핑 체제로 바뀐 게 20년 걸렸다"면서 "새로운 유통 트렌드가 늦어도 5년 뒤에는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어떤 유통 구조가 등장할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언제까지나 인기있는 투자처는 없다. 그러나 언젠가 변하게 될 유통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한다면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자랑하던 물류센터만큼 '알짜' 투자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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