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2019년 LS그룹 미래혁신단장을 맡은 후 경기 안양에 있는 LS타워를 재설계했다.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일하는 공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판단이었다. 26일 LS 계열사 직원들이 지하 1층 휴게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우  기자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2019년 LS그룹 미래혁신단장을 맡은 후 경기 안양에 있는 LS타워를 재설계했다.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일하는 공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판단이었다. 26일 LS 계열사 직원들이 지하 1층 휴게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우 기자
“이런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나올까요.”

지난해 말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LS타워를 찾은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창의적 사고를 위한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의 LS본사와 함께 그룹의 ‘심장’ 역할을 하는 안양 사옥은 당시만 해도 케케묵은 건물이었다. 1층 로비는 산업용 케이블과 트랙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웠고, 앉을 공간조차 없었다.

1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26일 안양 LS타워 1층 로비 곳곳에는 트랙터 대신 2~3m 높이의 벤자민고무나무가 서 있었다. 주변에 마련된 라운지에서는 젊은 직원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올 5월 시작한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지난달 말 호텔 로비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일하는 방식 바꾸려 공간부터 개조”

구자은 회장
구자은 회장
LS그룹은 이르면 내달 단행될 정기 인사를 통해 구 회장의 그룹 총수직 승계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LS그룹의 전통인 ‘10년 주기 사촌경영’ 방침에 따라 2012년 취임한 구자열 회장에 이어 구 회장이 내년부터 경영권을 승계한다. 구 회장은 2019년 그룹의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일찌감치 디지털 경영 등을 준비해왔다.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근무환경이다. 평소 창의적 문제 해결 기법인 ‘디자인 싱킹(사고)’과 ‘애자일(민첩) 경영’을 강조해왔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일하는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해 말 “직원이 자유롭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창의적인 생각도 가능하다”고 리노베이션을 제안했다.

그가 이끄는 LS그룹 미래혁신단은 지하 1층~지상 3층 공간을 전면 바꾸기로 결정한 뒤 인테리어의 타깃부터 바꿨다.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대인 30~40대 6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회사가 어둡고 삭막하다”는 공통 의견을 받아 개선점을 찾아냈다.

혁신단은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안양 사옥에 조명을 대폭 늘리고, 식물을 대거 들여 요즘 유행하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로 꾸몄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이 벤자민고무나무, 몬스테라, 홍콩야자 등 식물을 직접 골랐다.

휴식 공간도 대거 확충했다. 기존 지하 1층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지만 임원 눈치가 보여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자 구 회장은 “회장 출입문 앞에 카페를 입주시키자”고 했다. ‘회장이 허락한 휴식’이니 눈치 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기존 휴게 공간에도 딱딱한 의자 대신 편안한 소파를 넣고 식물을 여럿 들였다. 개방형 강의실처럼 계단식으로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애자일·ESG 경영 속도 낼 듯

그룹 안팎에선 내년에 ‘구자은호(號) LS’가 본격 출범하면 혁신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가 단장을 맡은 미래혁신단 활동이 향후 경영 방침의 ‘미리보기’라는 시각이다.

구 회장은 미래혁신단장을 맡은 이후 LS그룹의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지휘해왔다. LS전선이 올해 도입한 ‘원 픽’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메일을 통해 재고 확인과 주문을 진행하는 관례를 깨고 온라인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게 개편했다. 반나절이 넘게 걸리던 재고 확인 시간은 1분으로 줄었다. LS엠트론의 트랙터 원격진단 솔루션 ‘아이트랙터’, LS일렉트릭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테크스퀘어’ 등에도 적극 관여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 회장은 꿀벌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자택에서 꿀벌을 키울 정도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이어 전통 제조업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는 ‘그린 전환’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