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비자는 계약 만기까지 이용 가능
씨티銀 "고객 불편 최소화 방안 마련
잔류 직원에 대한 고용 안정도 보장"
'전체매각' 강조해온 노조와 갈등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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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사업 매각에 실패하고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는다. 신규 서비스를 중단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씨티은행의 고비용 인력 구조는 물론 국내 소비자금융 자체의 매력이 줄고 있는 점 등이 사업 매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5일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해왔지만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행내 재배치 등을 통한 고용안정도 최대한 보장할 예정”이라며 “고객과의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뒤 사업 인수 의향을 밝힌 원매자들과 매각 방안을 논의해왔다. 인수전 초기에는 대형 금융사 3~4곳이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5개월여에 걸친 공회전 끝에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씨티은행 노조는 물론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이 강조한 고용 승계와 높은 인건비 부담이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8.4년으로 여타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고, 그만큼 평균 연봉도 1억1200만원으로 높다. 씨티은행은 대부분 은행이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 유지하고 있다. 씨티은행 경영진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파격적인 조건의 희망퇴직도 추진했지만 매각 작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금융 사업 매력 반감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 자체의 매력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원매자 입장에선 거금을 들여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인수하더라도 글로벌 금융 브랜드인 ‘씨티’의 서비스를 선호했던 기존 소비자들이 이탈할 우려가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을 주로 이용하던 소비자는 국내에 둘밖에 없는 외국계 은행의 서비스를 원했던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소비자로서는 내 자산이 다른 금융사로 넘어가면 더 이상 머무를 유인이 없어 거래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와 저금리·저성장의 벽에 막혀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의 성장 동력도 크지 않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예대마진과 오프라인 중심의 옛 소비자금융은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기존 은행들도 기업금융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연간 대출 증가율을 금융당국이 일일이 관리한다는 사실을 해외에서는 믿기 어려워한다”며 “소비자금융의 주요 이익은 결국 대출자산에서 나오는데 대출 취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리비용만 늘어나는 사업 인수를 왜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폐지는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앞서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우리 은행의 인력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런 매각 제약 사항들은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이사회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이 사업 폐지를 결정함에 따라 노조와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사업 철수를 마무리하려는 경영진과 반대로 노조는 전체 매각이 가능할 때까지 매각을 미뤄야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노조는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했다가 추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을 향해 “엄격하고 철저한 심사를 통해 (사업 폐지) 인가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기존 소비자는 계약 만기·해지까지 그대로
모든 상품·서비스 신규 가입은 중단"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에도 기존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에는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과 대출, 카드, 투자상품, 신탁 등은 계약 만기나 해지 전까지 지금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업점과 모바일·인터넷뱅킹, 콜센터, 자동화기기(ATM) 등도 추가 안내 전까지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출 연장의 경우 연장 기준을 포함한 상세 내용을 소비자에게 별도로 안내한다.

단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추후 공지되는 날부터 중단된다. 소비자의 자산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대출의 경우 오는 11월 1일부터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거나 중도상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유명순 은행장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함에 있어 관련 법규 및 감독당국의 조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자발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포함한 직원 보호 및 소비자보호 방안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씨티에게 한국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기업금융 사업 부문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 시장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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