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탐방노트 - 유한양행
ESG 경영으로 이어진 창업자 정신
최근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업은 백신, 치료제, 진단 등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비재무적 경영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사실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통 제약사는 오너 중심의 승계 구조가 대부분이고, 기업가치에 크게 기여하는 신약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차별성 없는 제품 판매로는 리베이트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내부 관리 강화로 부패방지경영 시스템 인증인 ISO37001을 획득하면서 공정관리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또한 친환경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공중보건을 위한 기부 활동 등을 통해 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곳도 있다.

ESG 경영으로 이어진 창업자 정신


창업자의 철학에 기반한 전문 경영 체제

유한양행은 제약사 중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ESG 경영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1971년부터 전문 경영인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빈틈없는 산업안전사고 관리로 22년간 무사고를 유지하고 12년 동안 녹색기업을 유지하는 등 안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제조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매년 무상증자와 현금배당을 통해 비영리기관인 주요 주주가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회사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ESG 활동 강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이다.

유한양행은 제약사 중 보기 드물게 소유 경영이 아닌 사내에서 성장한 인재가 경영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1971년 타계하면서 개인 소유 주식을 공익사업을 하는 재단 조성에 기부하면서 유한양행의 주요 주주는 창업자 집안이 아닌 유한재단(15.7%)과 유한학원(7.7%)이 되었다.

이후 창업자의 철학을 이어받아 경영권 세습이 없는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아닌 내부에서 성장한 핵심 인재로 선임하고, 단 1회만 연임 가능하다. 지난해 자산 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ESG 경영으로 이어진 창업자 정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조 현장 구축

의약품 제조 시설은 일반적 합성화학물보다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및 유지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품질 이슈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규제가 심화됨에 따라 친환경 제조 시설과 시스템이 요구된다. 유한양행은 체계적 환경, 보건, 안전관리를 실시하기 위해 2018년 1월 EHS(환경·건강·안전)팀을 신설했으며 안전보건경영 시스템(ISO45001), 환경경영 시스템(ISO14001), 녹색기업 인증을 받았다.

특히 오창공장은 2009년 이후 12년째 녹색기업 인증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환경부로부터 우수 녹색기업 사업장으로 선정되었다. 초저녹스 보일러 및 노후 여과집전 시설 교체, 활성탄 방지 시설 신규 설치 등을 통해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며, 에너지·용수 등 자원의 사용량 절감에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을 중시해 1999년 무재해 운동을 시작한 이후 22년 동안 단 한 건의 산업안전사고도 없는 무재해 16배수(1배수 95만2000시간)를 달성했다. 이러한 기록은 300인 이상 규모의 제약 회사로는 최초다. 유한양행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을 통해 보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금강유역환경청과 ‘고농도 계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 2021년에는 한솔제지와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패키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창공장은 계룡산국립공원 가꾸기, 미호천 가꾸기 등 환경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제약 회사의 윤리경영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을 기반으로 한다. 유한양행은 이미 2007년 이를 도입해 ERP(전사 자원관리) 시스템에 적용했다. 또한 약사법에 따른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제출 및 보관’ 등 의무 사항을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등 모범적 준법경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에는 부패방지경영 시스템 ISO37001을 획득했다. 특히 CP 및 부패방지경영 시스템 담당 부서를 법무실 산하에 두어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CP 담당 변호사를 두어 법률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ESG 경영으로 이어진 창업자 정신


유한재단·유한학원, 배당수익으로 교육·복지 사업

유한양행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매년 5%의 무상증자와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주주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매년 유한양행에서 받는 배당수익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자체적으로 업의 특성을 살려 동작구 내 6개 복지관과 연계해 65세 이상 저소득 어르신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 ‘건강의 벗’을 운영하고, 취약계층인 저소득가정과 독거어르신에게 의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보건 및 의학 연구 단체와 개인을 대상으로 1967년 ‘유한의학상’, 1979년 ‘유한 결핵 및 호흡기상’ 등을 제정해 다양한 학술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995년에는 나눔 활동을 실천하기 위해 ‘유일한상’과 1998년 ‘유재라봉사상 여약사 부문’을 제정했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의 철학을 이어온 기업이다. 기업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도 유한양행의 ‘유한다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명선 신영증권 바이오·제약 담당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