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로 농업 혁신
빌 게이츠도 베이조스도 투자
세계시장 연 35%씩 성장
엔씽 등 국내 스타트업도 가세
애그테크 스타트업 엔씽의 한 연구원이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에서 정보기술(IT) 기기로 농장 내 온도와 습도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엔씽  제공

애그테크 스타트업 엔씽의 한 연구원이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에서 정보기술(IT) 기기로 농장 내 온도와 습도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엔씽 제공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최근 공통적으로 꽂힌 분야는 농업이다. 첨단기술의 보급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농업이 역설적이게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창업자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한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이 농업 혁신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애그테크에 몰리는 투자금
'미래 먹거리' 애그테크에 사람·돈 몰린다

24일 농식품 투자 플랫폼인 애그펀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애그테크 등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310억달러(약 36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230억달러·약 27조원) 대비 34.8% 급증했다.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는 최근 친환경 농업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아이언옥스에 5000만달러(약 590억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수직농장’ 기술을 선도하는 스타트업 플렌티에 2017년 2억달러(약 2350억원)를 투자했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애그테크는 첨단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상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산업이다. 재배부터 수확, 가공, 유통 등 농식품이 생산되는 과정 전반이 애그테크산업의 영역이다.

애그테크가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이유는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에 물류 대란까지 겹쳐 농산물 수급이 갈수록 불안해지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와 농업사회의 노동력 부족도 애그테크의 필요성이 커진 이유 중 하나다.
UAE에 수직농장 수출하는 K스타트업
국내 애그테크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규모의 경제가 어려운 데다 농가 인구의 고령화로 첨단기술 적용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온 생태계와 농협 중심의 농산물 생산·유통구조도 혁신의 걸림돌로 꼽힌다.

소풍벤처스는 이런 진입장벽을 넘어 국내 애그테크산업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다. 소풍벤처스는 애그테크산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4분의 1 이상을 애그테크 등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손잡고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임팩트어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농식품은 수많은 영역과 연결돼 있어 긴 벨류체인 중 어느 한 곳에서만 혁신이 일어나도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수직농장은 애그테크산업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아파트형 농장으로도 불리는 수직농장은 드넓은 대지 대신 수직으로 실내 농장을 만든 뒤 빛과 온도, 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농작물을 키우는 기술이다. 기후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높은 데다 병충해에도 강하다.

국내에선 스타트업 엔씽과 넥스트온 등이 수직농장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엔씽은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사리야그룹과 300만달러(약 35억원) 규모의 수직농장 구축 계약을 맺었다. 넥스트온은 서울반도체 사장을 지낸 최재빈 대표가 세운 회사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버려진 터널 등을 스마트팜으로 전환해 농작물을 키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