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자취를 하는 안모씨(27)는 이달 초 근처 빌라로 이사를 가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새로 알아봤다. 새 전세보증금은 2억5000만원으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었고 대출받는 금액은 약 4000만원 줄었지만 2년 전 같은 은행에서 연 2.47%였던 금리는 이제 연 3.39%라고 했다. 안씨는 다른 은행과도 금리 비교를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대출이 나오는 것만도 다행”이란 친구의 말에 일단 대출을 받았다.

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도 연일 오름세다. 집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 대신 세를 살 수밖에 없는 청년층의 전세대출이 4년 새 60조원 급증한 가운데 이자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7년 6월 29조1738억원에서 올 6월 88조234억원으로 증가했다. 청년층 대출은 전체 전세대출 잔액(148조5732억원)의 60%에 달했다. 특히 20대의 전세대출 잔액은 이 기간 4조3891억원에서 24조3886억원으로 다섯 배 넘게 급증했다.

전세대출은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되고 다양한 정부 보증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청년층의 수요가 높다. 2018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전세대출을 선택하는 청년이 많아졌다. 여기에 전셋값까지 치솟으면서 1인당 받는 전세대출 금액도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청년층의 주거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청년층은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아 금리 인상 등 부채부담이 커질수록 소비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