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소비자 의견 적극 반영해 WOM 효과
김장철 반짝 제품에서 사계절 제품으로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 적용
사진=위니아딤채

사진=위니아딤채

국내 가전시장은 오래 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양분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년 넘게 한 품목에서 1위를 수성해온 기업이 있다. 위니아딤채다.

1995년 뚜껑형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뒤 올해까지 판매대수 기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위니아딤채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김치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39%로 국내 가전업체 중 가장 높다.

물걸레청소기, 정수기 등 중소기업이 1위를 차지한 생활가전은 많이 있지만 장기간 선두 자리를 지킨 기업은 흔치 않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거나, 유행이 바뀌면서 기억에서 잊혀진 사례가 대부분이다.

위니아딤채의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위니아딤채의 케이스는 영국 헐대학 경영대학원(MBA)의 마케팅 교재에도 7쪽에 걸쳐 자세히 소개돼있다.

딤채의 등장 이후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정보기업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김치냉장고 판매 수량은 약 110만대로 2019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1% 늘어난 1조7000억원이었다.

가전업계에서는 올해도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니아딤채는 올해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상황 1 대기업 위주 가전시장
도전 1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
위니아딤채의 전신인 만도기계는 원래 자동차 부품 회사였다. 차량에 탑재되는 에어컨을 제조한 노하우를 살려 소비자에어컨을 출시한 게 가전업계에 내딘 첫 발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에어컨은 여름용 가전제품이기에 가을과 겨울에는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게 한 가지였다. 또 하나는 냉장고 등 전통 가전을 출시하자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을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주목한 분야가 김치였다. 매년 김장철이면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졌던 것. 하지만 김치냉장고는 이미 LG전자가 1984년 출시했다가 접은 제품이었다. 소비자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만도기계는 달랐다. 또 다른 냉장고가 아닌 ‘장독대를 집안으로 들여온다’는 콘셉트를 잡았다. 겨울철 땅속에 묻힌 김장독이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고, 김장독 내 온도를 섭씨 0도에서 영하 1도를 유지해 김치를 보관하는 원리를 김치냉장고에 접목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게 저장실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 냉각 방식’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김치냉장고를 앞세워 집에서도 시원한 김치맛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의 마케팅을 펼쳤다. 소비자 사이에서 기존 냉장고와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입소문이 번지면서 딤채를 구매하기 위해 주부들 사이에 ‘딤채계’를 조성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딤채는 출시 첫해 4000대 팔린 데 이어 이듬해 2만대가 팔리는 등 대히트를 치며 가전시장에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2002년에는 단일 품목으로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상황 2 소비자 생활패턴 변화
도전 2 사계절 내내 쓰는 제품으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서구식 식문화가 도입되면서 김장 문화에 변화가 생겼다. 계절에 관계 없이 김치를 조금 씩 담그고, 시판 김치를 사먹는 가정이 늘어났다.

위니아는 달라진 생활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2002년 문을 연 온라인 동호회 딤채클럽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참고했다.

“딤채에 잠시 넣어두었다가 몇 개월째 잊고 꺼내본 포도가 너무 싱싱하게 잘 익어 있었다”, “한약재를 딤채에 보관했더니 사용기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식혜를 만들어 딤채의 살얼음 보관 모드에 보관했더니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같은 소비자 후기를 살펴본 뒤 신제품에 이유식 보관모드, 열대과일 보관모드 등 신기능을 다수 추가했다.

그렇게 김치냉장고는 김장철에만 반짝 쓰는 제품이 아닌 사계절 내내 쓰는 제품으로 변신했다.

2022년형 딤채 김치냉장고는 주류 보관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위니아딤채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트렌드에 주목했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등 다양한 와인을 종류별로 선택 보관할 수 있고, 맥주와 소주 등도 최적의 온도로 보관할 수 있도록 신제품을 설계했다.

직접 만든 막걸리와 과일청을 발효·숙성시킬 수 있는 기능, 식재료별 알맞은 온도를 적용하는 스마트 기능도 탑재했다.

위니아딤채, 20년 넘게 1위 지킨 비결



상황 3 집콕 트렌드로 디자인 중시
도전 3 질리지 않을 디자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트렌드에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교육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것.

이런 생활패턴의 변화는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가전제품을 볼 때도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위니아딤채는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2022년형 신모델의 디자인을 대폭 강화했다. 위니아딤채가 가장 주안점을 둔 대목은 질리지 않으면서도 인테리어와 조화로운 디자인이었다.

김치냉장고는 한 번 구입하면 통상 7~10년 가량 사용하기에 소비자가 일생 동안 3~4번 정도 구매하게 된다는 게 위니아딤채의 설명이다. 지나치게 유행을 좇는 디자인은 2년만 지나도 촌스러워지고, 소비자가 후회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제품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이어갈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회사 관계자 “백자와 청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 디자인에 적용했다”며 “한국 고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질리지 않는 색상을 제품에 입혔다”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위니아딤채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니치마켓을 찾아내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제품력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팬덤으로 만들면서 오랜기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입소문마케팅(WOM·Word Of Mouth)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소비자들의 커뮤니티를 잘 관찰하고, 이들의 반응을 속속들이 제품에 적용한 결과 wom의 효과가 이어졌다.

위니아딤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5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411억원)보다 34.4% 뛰었다.

이수빈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팅은 언제나 ‘더 좋은 제품보다는 첫번째 제품이 되라’고 강조한다(The Law of Leadership). 그런데, 모든 브랜드가 첫번째가 될 수 없다. 이 때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바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The Law of the Category).

위니아 딤채는 이 두번째 법칙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이다. 딤채는 기존의 냉장고 브랜드인 삼성, LG와 직접 경쟁하지 않았고, ‘김치 냉장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첫번째가 되어 성공했다

딤채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구전효과(Word-of-mouth)”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마케팅에서 구전효과란 소비자의 ‘말’에서 ‘말’로 전달되며 새로운 제품이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실 위니아 딤채는 제품 출시 초기에도 구전효과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였다. 주부들이 모여 있는 TV 광고 장면에서 딤채를 쓰는 주부를 마치 현명한 주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옆집에서 물었다. 김치 어때? 대답 대신 딤채를 보여줬다”는 당시 유명한 광고 카피 문구였다. 딤채는 현재도 온라인 동호회 딤채클럽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적극적으로 구전효과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 시 기업이 전달하는 정보보다 자신과 비슷한 집단의 의견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만약 TV광고에 유명한 연예인이 출연해 해당 제품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소비자들은 그 이유를 해당 연예인이 높은 광고 출연료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하지만(외적 귀인), 나와 비슷한 일반 소비자가 그 제품의 장점을 말하는 것은 정말 그 제품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론한다(내적 귀인). 또한, 구전 정보는 다른 정보에 비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고, 이로 인해 기억에서 보다 쉽게 인출되는 경향도 있다.

딤채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제품을 “확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전자가 기술적 역량의 문제라면, 후자는 마케팅 역량의 문제이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자사 제품의 확산 과정을 이해하고, 딤채처럼 소비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구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장(ex. 블로그, 게시판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우리는 특정 제품을 구매할 떄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다.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고급 브랜드의 저가 모델과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 브랜드의 고급 모델사이에서 어떤 것을 살지하는 고민 말이다.

특히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오래 사용하는 제품에서는 그 고민이 더 커진다. 예를 들어, 가격대가 비슷한 벤츠와 폭스바겐 중에서 어떤 것을 살지 고민인 자동차소비자가 있다고 하자.

벤츠가 폭스바겐 보다는 일반적으로 브랜드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민중인 벤츠 자동차는 벤츠 브랜드에서 저가 모델이고, 폭스바겐 자동차는 폭스바겐 브랜드 중 고가 모델일 것이다.

만일 벤츠 자동차를 선택한다면 이 소비자는 그 자동차가 속한 카테고리(벤츠 브랜드)를 선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카테고리 효과’라고 한다.

폭스바겐 자동차를 사기로 했다면 카테고리(폭스바겐 브랜드) 보다는 카테고리 내에서 그 자동차의 랭킹에 더 호의적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랭킹 효과’라고 한다.

여러 연구들을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카테고리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지위가 높은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냉장고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경우에도 이런 카테고리 효과에 힘입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브랜드를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치냉장고의 경우에는 가전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카테고리 효과 보다는 랭킹효과가 나타나 삼성과 LG에 비해 브랜드 지위가 낮은 위니아딤채가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위니아딤채에서 나타난 이러한 랭킹 효과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위니아딤채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제품에 반영했다. 김치냉장고라고 해서 김치만을 보관할 필요도 없고 김장철 한 철 제품일 필요도 없다.

김치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하고 싶은 것들에 적용해서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랭킹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것이다. 일반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나의 픽은 김치냉장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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