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평가방식 놓고
MZ직원들 불만 깊어

"직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 녹은 제도"

"100년전 테일러주의
연상케한다" 비판도
"탈출은 지능순인가요"…'신의 직장' 한은에 무슨 일이? [김익환의 BOK워치]

"혁신한다고 복장을 혁신하고 개혁 한다면서 재택일지를 개혁하고, 조직문화 바꾼다고 겨우 N행시나 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습니다...(중략) 탈출은 지능순인걸까요."

"회사가 직원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 있는 구시대적 업무기록표 등을 전직원에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익명 게시판에는 연일 MZ(밀레니얼+Z세대) 직원의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도입한 새로운 근무체계를 놓고 불만이 커진 결과다. 재택근무자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업무 내용과 성과를 수시로 엑셀로 작성해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것이 새 체계의 골자다. 하지만 이 체계는 "직원을 감시·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내부 반발을 키우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재택근무자에 도입하는 세부 운영기준을 게시하고 도입했다. 운영 기준 가운데 '재택근무 업무기록표 4판' 내용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재택근무 업무기록표는 재택근무자가 평가자인 팀장 등에게 제출하기 위해 업무 계획과 진행 상황을 엑셀에 세밀하게 기록하는 일종의 보고 양식이다. 팀장과 반장은 이렇게 받은 업무기록표에 평가점수를 매긴다. 업무기록표 제출과 평가 주기, 평가 방식은 팀장이 재량껏 결정한다. 팀장 결정에 따라 직원들은 매일 업무기록표를 작성, 제출하고 평가받아야 할 수도 있다. 평가 근거가 불명확한 만큼 직원은 물론 팀장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록표를 빌미로 회사의 통제·감시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업무기록표 등장으로 노사갈등이 깊어질 조짐도 보인다. 한 직원은 한은 인트라넷 익명게시판을 통해 "업무기록표 등 세부 운영기준 적용을 재고해달라"며 "직원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 있는 구시대적 업무기록표 등을 전직원에게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기록표가 "조직혁신의 흐름을 상당히 저해하고 100년전 미국의 테일러리즘을 연상케한다"고 꼬집었다. 테일러리즘(테일러주의)은 근로자들의 업무시간을 분초 단위까지 쪼개서 작업 동선과 범위를 빡빡하게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체계는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고 근로자를 단순 숙련공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다른 직원은 "초등학생 숙제시키듯 업무기록을 작성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웃긴데 또 엑셀파일로 제출하라고 한다"며 "그걸 또 팀장이 숙제 검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이 요청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소통이 없다"며 "컨트롤이나 감시와 관련된 측면의 규정만 복잡해지고 세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당행은 직원들이 들어달라고 읍소하는 각종 사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다"고 토로했다.

직원 불만이 깊지만 한은은 재택근무 업무기록표 제도를 단계적으로 일반 근무자로도 확산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같은 새 평가 체계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평가상여금 차등 확대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앞으로 업무 성과를 기존 4등급에서 3등급(기대수준 초과·기대수준 충족·개선 필요)으로 줄이는 대신 점진적으로 평가상여금 차등 폭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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