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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IT·관광지까지…다채로운 컬러 마케팅
백색가전? 이젠 유색가전…가전공식 바꾼 '컬러매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남 신안에는 ‘염전 노예’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4년 신안의 한 염전에서 장애인을 마치 노예처럼 강제로 노동시켰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생겨난 악명이다. 한 번 추락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신안군은 최대 특산품인 천일염 매출이 떨어지고,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등 몸살을 앓아야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NS 인스타그램에 ‘신안여행’을 태그로 올라온 게시물만 1만4000개가 넘는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100선’에 처음으로 신안군 반월도·박지도를 선정했다. 기피 지역이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난 비결은 색(色)에 있었다.
퍼플 마케팅에 관광객 급증
사람의 마음까지 물들이는 컬러 마케팅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색상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기법인 컬러 마케팅은 식품이나 패션·뷰티업계에서 주로 쓰였다. 가전, 정보기술(IT), 지역 관광 활성화 등 색상이 잘 쓰이지 않던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는 게 최근의 변화다.
전남 신안 박지도 퍼플교

전남 신안 박지도 퍼플교

2019년 신안군은 반월도와 박지도에 ‘퍼플섬’이라고 이름 붙여 본격 홍보에 나섰다. 방문객이 사시사철 보라색 꽃을 볼 수 있도록 보라 유채꽃, 아스타 국화 등을 더 심었다. 공중전화 부스도 보라색으로 칠하고, 식당에서는 보랏빛 흑미밥을 냈다. 섬이 ‘퍼플’로 물드는 속도만큼 관광객도 늘어났다. 지난해 퍼플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20만3000명으로, 2015년(3만5000명)에 비해 4.8배 뛰었다. 퍼플섬은 컬러 마케팅으로 섬 관광을 홍보한 사례로 미국의 CNN과 폭스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백색 가전은 옛말
가전업계에서도 ‘백색 가전’은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가전을 구입할 때 흰색이나 검은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였지만 올해는 절반 정도로 비중이 줄었다는 게 가전업계의 설명이다. 나머지 소비자는 노란색, 초록색 등 ‘유색 가전’을 선택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를 구입할 때 고를 수 있는 패널 색상 수는 360가지에 달한다. 가령 분홍색 중에서도 명도와 채도 등을 달리한 20가지 색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한 해의 트렌드를 반영한 주력 색상도 내놓는다. 올해는 ‘썬 옐로우’ ‘그리너리’ 등이 메인이다. 비스포크 가전이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Z플립3에 비스포크 에디션을 추가했다. 스마트폰 전면 커버와 후면 커버 색상을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에서도 비스포크와의 협업 요청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과 협업해 오브제 컬렉션 색상을 정했다. 짙은 녹색, 베이지 색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클레이 브라운’ ‘레드 우드’ 등 색상 구색을 늘렸다. 깊고 차분해 세대를 막론하고 좋아할 법한 색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텍스트 위주였던 트위터·페이스북에서 사진과 영상 중심인 인스타그램·유튜브로 SNS 흐름이 옮겨가면서 마케팅에서도 시각적 효과가 더 중요해졌다”며 “대다수 기업이 제품을 기획할 때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리기 좋은)’한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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