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4곳 공동 프로젝트
과기정통부·산업부·복지부·식약처
신개념 의료융합기술 개발 지원

첨단의료기기 시장 개척
지능형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AI기반 로봇 융합 의료기기 등
세계 시장 선도할 제품 사업화
AI·바이오·로봇기술 접목…첨단 의료기기로 세계시장 도전

한국은 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 선진국 제품을 분석해 수입대체에 나섰고 원가를 절감해 수출품으로 키우는 전략을 썼다. 이를 통해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 나서는 일이다. 각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의료기기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인 메이저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국가별로 인증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 목숨을 다루는 분야라 주수요자인 병원을 뚫는 것도 어려웠다. 대기업조차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의료기기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바이오·로봇기술을 접목해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한 연구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거나, 이제 선진국조차 겨우 첫발을 뗀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내에 있는 엘엔로보틱스는 ‘인공지능기반 중재시술보조 로봇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혈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심장중재시술 보조 인공지능 및 반자율 시술도구제어 로봇시스템’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시술의 정확성을 높이고 방사선 피폭도 줄이자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도 첨단 분야인데 여기에 바이오 로봇 기술까지 접목하는 어려운 프로젝트다.

경기 평택에 있는 그린스펙은 위암과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현장진단 가능 인공지능 융합 다중 영상 내시현미경’이다. 보통 내시경은 끝에 카메라가 달려 있지만 이보다 세포를 100배가량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다는 프로젝트다. 따로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즉석에서 위암 대장암 등의 초기암 여부를 판단해 필요시 의사가 시술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서울 구로동의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은 ‘환자 맞춤형 골 유착 임플란트 개발을 통한 4종 이상의 손동작과 정밀하게 물체를 잡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골지각형 의수’를 개발하고 있다. 부산의 코스와이어는 급성심근경색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초소형 복합센서 장착 스마트 와이어의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메타시스템즈는 ‘척추 영상유도 수술용 증강현실 및 인공지능 기반 진단·치료 통합형 내비게이션과 시스템 응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구의 에어스는 ‘혈관성 뼈 질환의 정밀 치료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기술과 최소침습형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지원에 나서 신개념 의료기기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데 힘입은 것이다. 이같이 중앙부처 네 곳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본 사업이 첫 사례가 됐다. 그만큼 이 분야가 미래 먹거리로서 중요한 분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프로젝트가 모두 6건이다. 지능형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2건(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 코스와이어), 스마트 진단 및 통합 솔루션 2건(메타시스템즈, 그린스펙), 인공지능 기반 로봇 융합 의료기기 2건(엘엔로보틱스, 에어스)이다.

여기엔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드림팀’이라고 할 만하다. 예컨대 엘엔로보틱스의 최재순 대표는 의료로봇 연구 경력이 2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과를 나와 서울대 의용생체공학협동과정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등을 거쳐 현재 서울아산병원 의공학부 부교수를 맡고 있다. SCI급 논문 45건을 발표했고, 특허 83건을 출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울산대, 세종충남대병원, 메디픽셀이 협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방향은 명확하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의료기기를 내놓자는 것이다. 기존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

의료기기 유관기관들은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해 대상 의료기기의 제품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수행기관으로는 총괄 과제 관리 및 전문가 협의체 연계를 지원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 애로기술 해결 및 표준화 자문을 지원하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 맞춤형 인허가 교육 및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신기술 의료기기 평가 및 임상 자문을 지원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보험등재 절차 교육 및 자문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및 국내외 마케팅을 지원하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WMIT) 총 6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술적 측면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의료융합 의료기기 6개 품목에 대한 시험평가 및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확보하고 인증 기반 개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아울러 국제 표준규격 요구 사항 강화와 관련 업체에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국내 판매 및 수출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측면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융합 의료기기 수출 확대 및 수입 대체 효과다. 연구개발 과제 성공률 향상을 통한 정부 예산 활용을 효율화하고 제품 인허가 기간의 단축과 시장 진입 활성화를 통한 의료기기 연구개발 활성화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기 인증 및 인허가 관련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셋째, 사회적 측면이다. 의료기기 지원 인프라의 협력체계 공고화를 통한 인허가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으로 기존 영세 의료기기 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일이다. 융합 의료기기 제품화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도 기여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적용된 제품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 향상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과제 사업화를 위해 전주기 지원을 하고 있는 총괄과제 주관기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양순철 박사(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부장)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며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기업체 및 대학 연구소 병원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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