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아시아보다 30~40% 비싸"
"이들 이기기 위해선 보조금 더 필요"

탈 인텔 선언한 애플은 역대급 칩 발표
"퀄컴, AMD 등 삼성·TSMC에 생산 맡겨"
'위기감' 인텔 연초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사진=악시오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사진=악시오스.

애플이 자사 제품에서 '탈(脫) 인텔'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을 위해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8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에 출연해 "우리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빠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미국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겔싱어 CEO는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곳에 팹을 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며 "석유 매장지는 신이 결정했지만 팹(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날 파운드리 경쟁력을 주제로 얘기한 점,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한 점을 비춰볼 때 아시아의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72,500 +0.28%)와 대만 TSMC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삼성전자)에는 북한 리스크가, 대만(TSMC)은 중국과 정치적 갈등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 그동안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겔싱어 CEO는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주로 삼성전자나 TSMC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며 미국 본토 밖에서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안보적 관점에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 제조에 520억달러(약 61조3600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담은 '미국 혁신 경쟁법'을 가결했지만 여전히 하원에 발이 묶여 있다. 겔싱어 CEO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520억달러 지원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텔의 반도체가 애플 제품에 다시 사용되거나 애플이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이날 역대급 칩으로 평가받는 'M1 프로'와 'M1 맥스'를 탑재한 맥북을 공개했다.

애플이 '탈 인텔'을 선언하며 내놓은 두 번째 칩인 M1프로와 M1맥스의 성능은 현지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M1프로는 최대 10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갖춰 기존 칩인 M1보다 70% 빨라졌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2배 빨라졌다. M1맥스는 더 빠르다. 57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으며 M1보다 GPU 성능이 4배 빠르다.

애플은 M1칩에 이어 이번 M1 프로와 M1 맥스 역시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선 "애플이 자체 제작 칩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CPU 제작 업체인 인텔은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그동안 인텔의 최대 고객사로 꼽혔던 기업들이 잇따라 '인텔 결별' 선언을 하며 자사 제품에 탑재되는 칩을 자체 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 애플의 경우 내년엔 인텔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칩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모바일 제품엔 독자 칩을 쓰면서도 아이맥·맥북 등 PC에는 인텔 CPU를 써왔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자체 칩 'M1'을 탑재한 첫 맥북 제품을 내놨다.

이 같은 위기감에 인텔도 연초에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지난 3월 열린 '인텔 언리쉬: 미래를 설계하다' 행사에서 약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이 행사에서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텔은 미국 및 유럽 기반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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