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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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기업·가계이 보유한 달러예금은 820억달러(약 96조900억원)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안전자산' 달러를 금고에 쌓아둔 결과다.

한국은행은 올해 9월 말 거주자 달러예금이 8월 말보다 17억7000만달러 증가한 82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규모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이다.

달러예금은 지난 5월 말(819억5000만달러)에 종전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6월 말(804억6000만달러), 7월 말(796억8000만달러)에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8월(803억8000만달러)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이달에 재차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 달러예금은 4억6000만달러 감소한 167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개인은 환율이 지난달 오르면서 환차익 목적으로 매도했다. 올해 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40전으로 8월 평균(1161원10전)보다 9원30전 상승했다.

반면 기업의 달러예금은 22억3000만달러 불어난 654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통상 기업들은 제품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맞바꾼다. 그동안 환율이 오르면 가계는 물론 기업들도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8월과 9월에 평균 환율이 전달 대비 각각 16원, 9원30전 올랐지만 보유한 달러를 늘리는 양상을 이어갔다.

기업 달러예금이 불어난 것은 지난 8~9월 수출액이 큰 폭 늘어난 영향이 작용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유인이 컸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평가에 금융시장 출렁임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른바 '슬로우플레이션'(성장둔화 속 물가상승)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악의 전력난에 헝다그룹 위기에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4.9%(전년 동기 대비 기준)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작년 2분기(3.2%) 후 최저치인 것은 물론 시장 추정치인 5.0~5.2%를 밑돌았다.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전망치를 8.4%에서 8.1%로 하향 조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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