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쿤밍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개회식. 사진=연합뉴스
쿤밍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개회식. 사진=연합뉴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사무국이 지난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쿤밍에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로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 1차 총회(COP-15)를 개최했다. 중국 쿤밍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이 회의는 전 세계 196개국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2년마다 당사국총회를 열고 있다.

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 및 2가지 의정서, 즉 생물 안정성에 대한 ‘카르타헤나의정서’ 10차 회의와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대한 ‘나고야의정서’ 제4차 회의를 통해 두 의정서의 지속적 운영을 결의하고 필수 의제 항목을 다뤘다. 2022년 4월경에 열리는 2차 총회에서는 CBD의 196개 당사국이 최종 확정한 ‘포스트-2020 글로벌 프레임워크’ 협정이 제시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마루마 므레마 CBD 사무총장은 “종과 유전적 다양성의 지속적 손실과 생태계 파괴를 막는 도전을 해결하는 것이 다음 세대 인류의 번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화상 연설하는 시진핑. 사진=연합뉴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화상 연설하는 시진핑. 사진=연합뉴스
중국, 생물다양성 기금 조성 나서

이날 총회에서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대한 공식 초안이 공개됐는데, 2010∼2020년까지 제안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Aichi Biodiversity Targets)를 기반으로 4개 목표와 21개 세부 실천 목표를 제안했다. 구체적 내용은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전 세계 육지 및 바다 지역의 30% 보전 ▲침입 외래종의 도입 비율 50% 이상 감소 혹은 근절 ▲살충제를 최소 3분의 2로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제거 ▲연간 최소 10GtCO2e(10억 이산화탄소 환산톤)의 지구 기후변화 완화 노력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인센티브를 연간 최소 5000억 달러 감소 ▲모든 종류의 재정지원을 연간 최소 2000억 달러로 증가 등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에 생물다양성 고려 ▲재정 격차 해소와 이행 수단 확보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개발 ▲지식·혁신 및 이익 공유 등도 논의됐다.

또한 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 회의 고위급 분과의 선언인 ‘쿤밍 선언(Kunming Declaration)’이 발표됐다. ‘생태 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을 주제로 한 이번 선언에서는 ▲당사국의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갱신 ▲보호지역 관리 개선 ▲생물다양성 관련 법체계 정비 ▲자연 기반 해법 적용 확대 ▲생태계 복원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역량 강화 지원 등이 포함됐다. 선언문은 2차 회의에서 논의될 ‘포스트 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향후 10년 동안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존, 보호, 복원 및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한 글로벌 로드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쿤밍 선언에서 중국의 적극적 참여도 눈에 띈다. 특히 총회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도국의 생물다양성 보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이 쿤밍 생물다양성 기금을 설립할 것이며, 이를 위해 15억 위안(약 2780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또한 기조연설을 통해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미래의 지구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목표와 명확한 길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협력을 강화해 지구 생명공동체를 함께 구축하는 데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모호한 약속 아쉬운 점도”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그린뉴딜 발표,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자연 기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전략 수립 계획 등을 국제사회에 알리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내년 1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기구회의와 4월 2차 당사국총회 등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국내 이행을 위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내년 상반기에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쿤밍 선언이 매우 추상적이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이행 사항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쿤밍 선언은 느리게 진행되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상에 큰 힘이 될 수 있었으나, 책임이 결여된 모호된 약속만으로 2010년의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라며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년 2차 총회 이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고려대 생명공학과 교수. 사진=고려대학교
김기중 고려대 생명공학과 교수. 사진=고려대학교
[인터뷰] 김기중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향후 10년 실천 목표 논의미국 불참으로 한계

김기중 교수는 국내외 종다양성 보존을 연구하는 식물학 및 분자계통학의 권위자다. 김 교수의 연구실은 ‘한국의 식물 DNA 은행’에 이어 ‘식물거점센터’에 선정되기도 했다.

- 이번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의 의미는.

“이번 총회는 지난 10년간(2011~2020) CBD의 전반적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10년간(2021~2030)의 목표를 재설정하기 위해 개최됐다. 다만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 20가지 중 한두 개만 빼고 모두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회에서는 COP-15, 카타르헤나 의정서 10차 회의(CP-MOP-10), 나고야의정서 4차 회의(NP-MOP-04) 등이 모두 한꺼번에 개최됐다.”

- 쿤밍 선언이 발표됐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현재의 생물다양성 위기 진단은 잘됐다고 본다. 그러나 UN 차원에서 각 국가에 어떤 구체적 실행 의무를 지울 것인지가 애매하다. 탄소배출권 같은 구체적 제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선언적 의미는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유전적 다양성, 종다양성, 생태계다양성)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기 위해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며, 국제적·국가적·지역적으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를 수정한 새로운 생물다양성 목표 21개가 제안됐다.”

- 생물다양성협약의 실효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국제질서에서 가장 힘 있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CBD 당사국은 아니지만 보통 옵저버로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개최되는 관계로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이번 총회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구조적으로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고 본다.”

- 앞으로 포스트 2020 프레임워크에서 다뤄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새로운 생물다양성 목표 21개를 2030년의 목표에 맞춰 좀 더 구체적으로 수정하고, 각국에 구체적 실행 계획과 평가지표를 설정해 알려줘야 할 것이다.”

[용어 설명]

카르타헤나의정서: 2000년 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특별 당사국 회의에서 채택. 나고야의정서와 함께 2개의 부속 의정서 중 하나.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의 안전한 이동, 취급 및 사용에서 적절한 수준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나고야의정서: 2010년 10월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회의에서 채택. 생물다양성협약 적용 범위 내 유전자원과 관련한 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 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 2010년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에서 개최한 제10차 총회에서 결정된 생물다양성 목표로 10년간인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각국이 이행해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