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규제는 여전
하나은행 20일부터 신용대출·부동산대출 등 잠정 중단
주담대 변동금리는 3.031~4.67%까지 올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 11월 서울에서 주택매매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40대 정모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돌고 있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없어서다. 그는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긴 시간 기다렸는데, 은행원은 "정부에서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다른 은행도 "전세대출만 안 막혔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SC제일은행 등 거의 모든 은행을 다녀본 것 같은데 이렇게 다 막혀있으니, 다음달 초엔 주담대가 풀리는 건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연말까지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했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대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취급 중단 이후 KB국민·하나·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외했다. 하나은행은 20일부터 신용대출과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전세자금·집단잔금 대출과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은 계속 판매한다.

SC제일은행은 지난 7일부터 주력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중 금융채 1년물과 3년물을 기준금리로 적용하는 변동금리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실수요자들은 은행들 중 대출이 가능한 곳을 찾는 소위 뺑뺑이를 돌고 있다. 하나은행을 주거래로 사용중인 30대 직장인은 "12월이 주담대 잔금이라서 아직 신청을 안 하고 있었는데, 20일부터 막힌다니 타이밍이 너무 안타깝다"며 "다른 은행 계좌는 아에 없는 상태라, 새로운 은행을 미리 알아보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직장인은 "지난주에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사려는 집을 매수 계약을 했다"며 "11월말 잔금을 앞두고 있는데, 지난주 금요일 은행에 가니 한도가 소진됐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거주 중인 집을 팔고 이사가는 거라 대출이 안 되면 배액 배상을 해야 하는 만큼 걱정이 크다"며 "주말에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은행 지점도 전화로 알아볼 참인데, 늦기전에 2금융권에도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말 잔금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내년 1월말 잔금을 앞두고 있다는 40대 직장인은 "말도 안 되는 건 알지만 '대출 안 될 시 계약금 반환'이라는 특약을 걸어놓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번 전세대출 사태를 보니 내년에 갑자기 정부가 주담대 전면 불가를 들고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주담대 대출은 여전히 '보릿고개'…전세대출 재개로 다른 대출 줄여야
이처럼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주택을 갈아타는 1주택자에겐 여전히 은행대출 문턱이 높다. 최근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 중 취급되는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 따른 여파다.

은행권은 잠정 중단했던 전세대출을 다시 재개했다. NH농협은행은 전날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시작했고, 신한은행도 5000억원이었던 대출모집인 한도를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한도를 별도로 추가 배정했다.

전세대출은 재개했지만, 금융당국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를 달성하기 위해선 다른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NH의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1~13일 분의 전세대출 증가분을 제외해도 총 증가율은 7.4%를 기록 중이다. 목표치에 맞추려면 대출 규모를 5000억원 더 줄일 수 밖에 없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이달 전세대출분을 빼더라도 증가율은 각각 5.6%, 5.2%다.

여기에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대출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전날 연 3.031~4.67%로 올랐다. 이는 8월 말(2.62~4.19%)보다 0.4% 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된 영향으로, 2017년 12월(0.15포인트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문제는 올 4분기 은행들의 가계대출 심사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 4분기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일반대출 태도지수는 -32로 지난 3분기(-29)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회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움직임 등 영향으로 전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추가 보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늦어지면 다음주에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으로는 당초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키로 했던 차주별 DSR 규제 시기를 앞당기고, 2금융권에도 제1금융권과 동일하게 DSR 40%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은 60%가 적용된다. 이같은 방침이 시행될 경우, 차주별 대출 가능한 금액은 현재보다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