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생필품 가격 고공행진…서민 경제에 직격탄
"각종 공과금 인상 억제하고 유류세 한시 인하해야"

"물가 실화냐? 내 월급이 너무 적고 초라해 보인다", "식당을 하고 있는데 쌀값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30㎏ 5만원 하던 것이 지금 8만원 합니다", "요즘 주유소 기름값 무섭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고삐 풀린 물가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물가는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물가 실화냐?"…인플레 걱정에 국민 주름살 깊어진다
◇ 휘발윳값 2천원 넘보나…뛰는 생필품값에 살림 '주름살'
자고 나면 가격이 뛰었다는 소식이 국내외에서 들려온다.

기름값이 대표적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4일 ℓ당 1천700원을 7년 만에 넘어선 데 이어 18일에는 1천726.66원까지 뛰었고 서울은 1천800원을 돌파했다.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524.47원으로 한 달 사이에 6.1% 올랐다.

운전자에게 기름값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럭을 몰며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는 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과 석유 수요 증가,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전망 등이 맞물리며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재 배럴당 82달러 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이르면 연말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공격적 옵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나왔다.

계속되는 원화 가치 약세로 수입 비용 상승까지 더해져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연내 ℓ당 2천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2.4% 올라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역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물가 실화냐?"…인플레 걱정에 국민 주름살 깊어진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너무 뛴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생활필수품 38개 품목의 올해 3분기 가격을 작년 동기와 비교·조사한 결과 29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평균 상승률은 6.3%였다.

이중 달걀(70.0%), 두부(16.5%), 햄(11.3%), 식용유(11.2%), 마요네즈(9.3%)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직장인 양모(47)씨는 "동네 마트나 대형마트 가릴 것 없이 계란, 돼지고기 등 필수 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회사 주변 식당의 점심 메뉴 가격도 대부분 1만원 정도로 올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실화냐?"…인플레 걱정에 국민 주름살 깊어진다
◇ 커지는 인플레 공포…"서민 충격 완화 정책 필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각종 수요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생산 차질 등으로 빚어진 인플레이션 공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디지털 및 탄소 중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소위 그린플레이션으로 통칭되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동시에 공급망 차질 장기화 혹은 병목 현상에 기인한 새로운 형태의 인플레이션 및 비용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보고서를 통해 "공급 병목현상은 향후 투자 확대, 생산 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점차 완화되겠지만 감염병 상황 등에 따라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잠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10.7% 올라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08년 8월 이후 최대 폭인 5.4% 상승했다.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탓이다.

중국의 경우 전력난까지 더해져 물가를 더 높이 끌어올리고 있다.

"물가 실화냐?"…인플레 걱정에 국민 주름살 깊어진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10월에는 3%대 상승이 점쳐진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5일 경제 동향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 요인과 유가, 환율 오름세로 상방 압력이 높아 3%대 물가상승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 1.8%,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 2%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소득과 소비 모두 양극화하는 가운데 식품 등 생활물가가 뛰면서 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재정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황은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아 정책당국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지만 생계유지 때문에 생활비는 줄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각종 공과금 인상을 억제하고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