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와 공동연구 크루거
"급격한 인상 결과는 조사 안돼"

국내 학자들
"노벨상 수상자 이론 그대로 적용은 무리"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데이비드 카드 미국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제의 연구를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최저임금 논란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진보 학자들은 카드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최저임금 정책 방향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카드 교수도 정작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지지하지 않았다”며 그의 이론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 “완만한 인상은 고용 안 줄여”
카드 교수는 재작년 사망한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1992년 수행한 최저임금 연구로 주목받은 학자다.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이 시급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인상된 미국 뉴저지 주와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고용 변화를 패스트푸드 가게 중심으로 조사·비교했다. 그는 결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오히려 “뉴저지에서 고용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건 상식이었기에 이 연구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임금연구 권위자 뉴마크
“고용 분명한 감소”
카드 논문 반박

임금연구 권위자 뉴마크 “고용 분명한 감소” 카드 논문 반박

반박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미국 노동경제학 임금 분야 최고 전문가인 데이비드 뉴마크 UC어바인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 발표한 연구에서 “카드 교수의 연구는 전화 조사로 고용 자료를 얻는 등 통계상 오류가 있다”며 “뉴저지 주의 행정임금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고용이 4% 줄었다”고 반대 주장을 폈다.

이에 카드 교수가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고 여기에서 그 유명한 “최저임금의 ‘완만한’ 인상은 고용 감소에 체계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후 카드 교수의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와 반대하는 학자들이 주요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쏟아내면서 미국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라마다 임금·고용 작동 원리 달라”
하지만 정작 카드 교수와 공동으로 최저임금 연구를 했고, 생존했다면 공동 수상자로 결정됐을 크루거 교수는 오히려 미국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크루거 교수는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급격한’ 인상의 결과는 조사된 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5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현행 연방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을 15달러까지 한 번에 올리면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상자인 카드 교수도 수상자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내 연구는)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며 “임금 결정 과정에 대해 주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진보 학계 일각에선 이번 노벨경제학상 결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감소에 아무 연관관계가 없는 것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내년 9160원으로 42% 뛰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평가와 관련해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게 노동경제학계 상식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드 교수도 연구 수행 목적이 노동시장의 임금과 고용 사이 작동 원리를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며 “나라마다 작동 원리가 다른 데다 특히 생산 비용 증가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그의 이론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만 두고 가타부타 논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노동경제학 교수는 “최근 노벨경제학상은 연구 결과보다 획기적인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