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한 공공기관 금고유치 경쟁에서도 뒷전 신세
금융지주 몸집 줄이고 IB·비은행·글로벌로 활로 모색
[위기의 지방은행] ② 생존 몸부림치지만 곳곳서 발목
핀테크산업의 발전에 따른 금융혁신 속에서 지방은행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우량 대출인 가계대출을 늘리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비율 규제에 가로막힌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방은행은 대출증가분의 일정액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를 적용받는데,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5년이다.

당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30%의 비율이었지만 격차가 점차 확대돼 1986년에는 시중은행 35%, 지방은행 80%로 변경됐다.

다시 1997년에 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로 비율 규정이 바뀐 뒤 지금까지 굳어졌다.

지역 경제의 주력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지만,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상황과 지방 경제의 더딘 회복 속도 때문에 지방은행 건전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요로 작용한다.

금융경제연구소 강다연 연구위원은 "과거 중공업과 지역 제조업이 호황일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 조항은 지방은행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막대한 자금을 가진 공공기관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방은행 사정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역시 남의 집 잔치에 불과했다.

2007년 특별법 제정 이후 공공기관 150여개가 지방으로 차례차례 이전했지만, 금고 운영권을 지방은행에 맡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공기관 예산을 맡아 관리하는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협력사업비를 해당 기관에 내야 하지만, 이를 두고 지방은행이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이 공공기관 금고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금고까지 넘보면서 지방은행의 부담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위기의 지방은행] ② 생존 몸부림치지만 곳곳서 발목
디지털금융 혁신과 시중은행의 공세 속에서 지방은행은 나름대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안간힘을 쏟는다.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기업금융(IB)을 강화하고 수도권 공략에 나서는 한편 비은행 부문 수익을 개선해 위기탈출을 꾀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올해 초 서울에 있던 은행의 기업투자금융(CIB)센터를 부서로 격상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해 기업금융과 관련한 영업력을 강화했다.

계열사인 은행, 캐피탈, 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및 부산·울산·경남지역 거점화 전략을 본격 추진해 업무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저축은행, 자산운용, 벤처투자를 통해서는 대체 투자사업자 참여, 인프라 프로젝트 펀드 조성, 부울경 지역 밀착 모험자본 투자 등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금융지주 전체의 18% 수준인 비이자이익 비중을 장기적으로는 30%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일찌감치 은행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한 DGB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 수익이 그룹 전체 수익의 절반에 육박한다.

2018년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비은행 계열사 성장이 두드러졌다.

출범 초기 비은행 부문 자산·순이익 비중이 1∼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4.1%와 43.8%로 늘었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은행과 계열사 현지법인을 두고 영업력을 확대하는 것은 BNK금융이나 DG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의 공통된 노력이다.

몸집을 줄여 고정비용을 아끼려는 시도도 지방은행의 살아남기 방안 중 하나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이 비수도권 지역에 둔 점포 수(영업소 제외)는 2019년 667곳에서 지난해에는 636곳으로 1년 새 31곳이나 줄었다.

은행권 희망퇴직은 통상 만 56세지만 대부분 지방은행은 지난해부터 대상자를 과장급까지 확대하며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행은 2019년 3천271명이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에는 3천209명으로,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3천453명에서 3천232명으로, 제주은행은 453명에서 429명으로, 경남은행은 2천952명에서 2천845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지방은행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최대 장점인 점포 중심의 대면 거래 기능이 약화되고 고용창출과 지역 금융인재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