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현행 기준으론 과세 한계"

같은 거래소서 사고판 코인
내역 알 수 있어 과세 가능하지만
거래소 간 거래 내역은
개별업체가 흐름 파악 힘들어

해외서 국내 들여온 코인은
취득가 파악 안돼 세금폭탄 우려
내년 1월 암호화폐 과세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코인원 고객센터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내년 1월 암호화폐 과세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코인원 고객센터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가상자산(암호화폐)도 예외가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큰 그림만 있고 디테일이 없어요.”

내년 1월 1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 전산망과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과세의 ‘대원칙’은 언뜻 보면 간단하다. 코인으로 연간 250만원 넘게 벌면 22%를 세금으로 뗀다는 것이다. 팔 때 가격(양도가)에서 살 때 가격(취득가)과 거래수수료(부대비용)를 뺀 금액을 소득으로 잡는다. 예컨대 업비트에서 원화로 코인을 사서 업비트에서 팔았다면, 업비트가 모든 거래내역을 알 수 있어 과세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암호화폐가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국세청·거래소 딱 한 번 만났다
투자자들은 업비트에서 산 코인을 빗썸으로 옮겨 처분하기도 하고, 바이낸스에서 산 코인을 국내로 들여와 팔기도 한다. 거래소를 끼지 않고 개인 대 개인(P2P)으로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개별 거래소가 소득 금액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코인을 거래·관리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며 “당국이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법적·기술적 쟁점을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19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현황을 파악한 결과, 8~9월 업체마다 한 차례씩 국세청과 면담했을 뿐 구체적인 과세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는 곳은 없었다. 이 중 세 곳은 “세부 지침이 없으면 연말까지 과세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상 사업자 신고라는 ‘발등의 불’을 이제 막 끈 상황이라 과세 인프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거래소 옮겨 다니면 취득가 ‘깜깜이’
국내 거래소 간 코인 이동 때는 개인정보법이 쟁점이다. 국내 업체끼리 취득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나 이용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소들은 정부가 근거 규정을 마련해 ‘개인정보 침해’ 민원이 제기될 소지를 없애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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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코인은 거래소가 취득가를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다. 해외 거래소는 협조 의무도 없는 데다 과세관할권, 징수관할권 등의 문제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 의원이 4대 거래소 방침을 조사한 결과 두 곳은 “별도 지침이 없다면 취득가를 ‘0원’으로 처리해 과세당국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취득 당시 가격을 입증하지 않는 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득세법은 과세 시행일 이전 획득한 코인은 ‘시행일 전날 가격’과 ‘실제 취득가액’ 중 더 높은 값을 취득가액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투자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취득가를 선입선출법으로 계산하도록 한 점도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들은 비거주자(국내에 183일 이상 체류하지 않은 사람) 확인의 어려움도 주장한다. 이들의 투자 수익은 거래소가 원천징수해야 하는데, 비거주자 여부를 거래소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현재는 실명계좌를 개설할 때 기입하는 주소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을 뿐인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코인 과세 설계, 정교함 떨어져”
과세당국의 정책 설계가 ‘국내 거래소에서 사고판 코인’에만 집중되다 보니 사각지대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특정 투자자의 계좌에 갑자기 수십억원이 들어오는 등 이상징후를 발견할 경우 당국이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세금 탈루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미납분을 잡아냈더라도 시쳇말로 ‘해외에서 카드놀이를 해서 딴 돈’ 식으로 둘러댄다면 암호화폐 투자 수익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은행 실명계좌를 바탕으로 거래해 내역이 정확히 파악되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래소들은 ID 기반으로 정보를 관리했는데, 과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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