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유력 식품업체 대표는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망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해상운임이 치솟고, 배를 구하는 일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컨테이너선 대신 석탄과 철광석 등을 싣는 벌크선으로 원재료를 실어나르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증에 글로벌 물류대란까지 겹쳐 유례없는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선 악재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식품 가격의 인상 릴레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식품 원재료 가격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28.5)보다 1.2% 상승한 130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유지류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한 168.6으로 집계됐다. 팜유는 국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노동력 감소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뛰었다.

인건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내년이면 최저임금이 또다시 5% 오르게 돼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연이은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식품업계는 가공식품 가격의 릴레이 인상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지난 8월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출고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오뚜기도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렸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제과는 비스킷 등 과자 11종 가격을 평균 12.2% 올렸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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