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숙련·저학력 근로자 타격 커
관련 연구 많지만 이슈화 안돼
"중산층 중심의 의제 설정 때문"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국내 근로자 임금 최대 20% 하락[노경목의 미래노트]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내 저숙련·저학력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최대 20%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들어본 적 없는 이 조사결과는 11년 전인 2010년 국내 학술이제 실렸던 논문의 연구 결과다. 최근 관련 연구에서도 저숙련 직무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된지 3개월 이내에 내국인 근로자의 실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슷한 일이 대졸 근로자를 비롯한 중산층 이상이 주로 일자리를 얻는 취업시장에서 벌어졌다면 큰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학술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안이 밝혀지기까지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었다.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도 이슈화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는 수도권의 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단체에 10년 가까이 후원금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의제설정 구조가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저숙련·저학력 계층과 관련된 문제 자체가 진지하게 고민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기도 하다.
일자리 안정성 및 급여에 파괴적 영향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국내 근로자는 어떻게 일자리를 잃고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KDI의 정성진, 김희삼 연구위원이 노동정책연구 2호에는 '외국인력 도입의 내국인 고용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8000여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유입에 따른 내국인 고용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국인이 개별 사업장에 배치되기 시작한지 보통 3개월 뒤부터 내국인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외국인 고용 3개월 이후부터 일부 내국인이 사업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서는 이보다 빠른 2개월 후부터 내국인 고용 감소가 시작됐다.

농업 및 임업, 어업에서는 외국인 유입이 즉각적인 내국인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능숙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특성 때문에 고용대체가 용이하기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중년의 내국인 근로자를 청년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는 경향이 높았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체되는 일자리가 숙련이나 지식이 필요하기보다는 육체 노동이 필요한 단순 노무직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학력별로는 내국인 근로자의 학력이 전문대졸일 때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실직까지 3개월이 걸렸다. 중졸은 2~3개월, 초졸은 2개월 사이에 대체되며 저학력일수록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일자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무 유형별로는 단순 노무직이 외국인 유입 2~3개월 뒤 대체됐다. 육체노동 중에서도 조금 더 숙련도가 높은 장치 및 기계조작, 조립은 3개월 후에 대체됐다. 하지만 고학력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사무직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내국인 고용 감소가 없었다.

결국 외국 인력 유입은 저학력·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는 상용직 및 임시직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일용직은 통계가 없어 제외됐다. 정식으로 고용 비자를 얻지 못한 불법 체류자 유입에 따른 효과도 분석하지 못했다.

안정성과 숙련도가 낮을수록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일자리 유이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국인 일용직 고용 시장에서는 더 파괴적인 결과가 있었을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고용 대체 효과는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는 내국인들의 임금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원이 2013년 9월 한국경제학회의 학술지 경제학연구에 기고한 논문 '외국인력 유입의 내국인에 대한 영향'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수록된 국내 거주 외국인의 학력과 연령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국인 남자 20~59세 중 35세 미만 비중은 36.0%였지만, 외국인은 53.4%였다. 초대졸 이상은 내국인이 50.7%, 외국인은 31.4%였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국내 노동인구에서 청년층 저학력 인구 비중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직업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직업은 단순노무직이 64.9%, 서비스직은 14.2%였다. 학력과 숙련도가 낮은 국내 근로자들이 일하는 분야다. 결국 외국인의 유입은 내국인 수요 감소로 이어져 임금 상승률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2000~2008년까지 남성 미숙련 근로자 중 25~29세의 임금 상승폭은 1.3%, 30~34세는 6.9%에 그쳤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없었을 경우 30~34세의 임금 상승폭은 9%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20% 정도 임금 상승폭이 제한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근로자의 완전한 대체제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임금 상승 제한 효과는 10~15%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외국인 단순 노동 인력 도입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부정적 효과를 준다.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 효과 역시 크지 않으므로 억제될 필요가 있다."
"비숙련 근로자 내팽개치고 정규직만 신경 쓰는 나라"
이처럼 관련 전문가들은 물론 정책 당국자들도 외국인 노동 인력 유입으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비숙련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점이다.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정규직 숙련 근로자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는다. 각자 경쟁력을 갖고 있는만큼 유연한 노동 구조에서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숙련 근로자만큼은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임금과 처우가 하락해 선진국일수록 신경 쓴다. 하지만 한국은 일찍부터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취약 계층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의내 외국인 노동자는 150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이중 40만~50만명 정도가 합법적으로 취업 비자를 받은 이들이며 다른 40만~50만명은 중국 동포 비자를 받고 입국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30만~40만명은 불법 체류자들이며 10만~20만명 정도가 학생 비자를 받고 들어와 실제로는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유입이 늘수록 비숙련 근로자의 급여와 처우는 떨어진다. 선진국처럼 배관공을 비롯한 육체 노동자가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미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를 다시 줄이기란 쉽지 않다. 이미 해결하기 어려워진 난제가 된 것이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스웨덴은 이주노동자에게 노동 기본권과 노조 설립권을 보장해 처우를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이주노동자의 처우와 인건비를 올려 이주노동자 유입을 빌미로 내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후려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효과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유입에 따라 노동 공급이 많다면 결국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부 노동시장에서 수급 균형이 깨졌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본은 이주노동자 유입을 엄격하게 제한한 사례다. 하지만 이는 저출산·인구감소와 맞물리며 뿌리산업 등 제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줘 '잃어버린 20년'을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극우 정치세력을 중심으로는 이주노동자 자체를 내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트럼프도 실패한 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많은 문제를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한다. 저성장과 저출산, 지역 균형발전 등이 그런 이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내 저숙련 근로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찾기 어렵다.

그 이유에 대해 동양 철학자 임건순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숙련 근로자들은 표가 안되서다. 생활에 여유가 없으니 정치에 신경 안 쓰고, 휴일날이나 선거날에도 일해야 하니 투표도 못한다. 정치인들이 농촌표는 신경 쓰면서 숫자가 훨씬 많은 도시 빈민의 표는 신경 쓰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는만큼 비숙련 내국인 근로자가 일할 곳은 사라지지 않겠나. 결국 이렇게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벼랑 끝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지만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른바 진보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정치적 올바름을 살피느라 의제화를 기피한다. 우파는 우파대로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산업현장 안 돌아간다"며 언급 자체를 안한다. 이 문제만큼은 서로 죽이 잘 맞는 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노조를 중심으로 한 조직화된 노동만 보호한다. 민주노총 눈치를 많이 보니까. 결국 민주주의에서 최약자들은 생존을 위정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조직화되지 못하니 목소리도 못 내고 투표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부유층이나 중산층의 자녀들이 저숙련 근로자로 일하겠나. 결국 우리 사회의 의제를 중산층 이상이 독점하면서 다른 목소리 자체가 막히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우스 푸어와 비숙련 근로자
10년 전 '하우스 푸어(house poor)' 대책이 중요한 정치 아젠다로 떠오른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각종 이자 경감 조치가 실제로 나왔다.

돌이켜보면 어이 없는 일이다. 시가 6억~10억원이 넘는 집을 갖고 있는 이들이 '가난한 사람(poor)' 행세를 하며 정책적 지원을 얻어냈다. 이들 대다수는 당시 주택을 그대로 보유해 이번 집값 급등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을 터다.

하우스 푸어 문제가 표면화된 시점은 최경수 KDI 선임연구원의 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 상승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관련 대책에 대한 고민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민자 유입을 반대하는 미국 및 유럽의 일부 움직임을 경멸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내에서도 높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 다닐수록 이같은 경향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계층의 어려움과 둘 사이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현실적인 노력은 부족하다.

중산층에 편향된 의제설정과 하위 계층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물리적 공격 등 극단적인 부작용으로 한국 사회에 돌아올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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