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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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의 '호캉스' 문화를 재미있게 담은 인터넷 글귀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호캉스는 호텔에서 쉬는 게 아니라 바쁘게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타듯이 호텔의 시설을 부지런히 체험하는 것이고, 휴식은 호텔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취하는 거란 내용입니다.

이 콘텐츠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호캉스도 한국화하는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아주 열정적으로 체험 하는 거죠. 콘텐츠 제작자가 잘 담았듯이, 예전 테마파크를 체험하듯 우리는 호텔을 신기한 눈으로 보며 체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드는 다른 하나는 우리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특급호텔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겁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특급호텔 1박이 30만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루 자는 데 30만원을 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두도 못낼 돈이었죠.

그때보다 호텔 1박 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았고, 우리 소득수준은 '큰 맘 먹으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과거 테마파크는 어쩌다 한 번 밤잠 설치며 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 인기가 시들해졌고, 이제는 특급호텔이 그런 대상이 된 것이죠.

국내 특급호텔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단연 코로나19인듯 합니다. 소비자와 호텔 양쪽 다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은 과거 해외여행에 들 비행기 값으로 호캉스의 급을 높였고, 해외 비즈니스 수요를 잃어버린 호텔들은 그 자리를 내국인 호캉스족들로 채웠습니다. 덕분에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특급호텔이 크게 대중화됐습니다. 특급호텔들도 코로나19 때문에 내국인들을 위한 패키지를 많이 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차 방한하는 외국인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부족하나마 내국인들이 해주는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은 호텔 직원들도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하네요. 우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관광보다는 비즈니스차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바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호텔의 손이 덜 가는 것은 장점입니다. 조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반면 내국인들은 호캉스차 놀러온 것이니 180도 다릅니다. 조식 뷔페가 오전 10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면, 아침 일찍 찾아 문을 닫을 때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본 호텔들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호캉스족이죠.

현재의 테마파크가 그리 특별한 곳이 아니게 된 것처럼, 특급호텔도 지금의 과정을 거쳐 언젠간 그저 일상화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흔히 말하는 '경제 성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