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집값 올라 가계빚 급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5일 “가계부채가 급증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른 이유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주택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전날 경제학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89%가 가계부채 폭증 배경을 묻는 질문에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자금 수요에서 비롯했다’고 응답했다.

한은은 국회 기재위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의 집값 상승 속도가 주요국과 비교해 빠른 편이라고도 분석했다. 작년 4분기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상승폭이 1.13배로 미국·독일·영국(1.07배)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총재는 “11월 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어 “100%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경기흐름이라면 11월 금리를 올려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연속적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시차를 두고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소비자물가가 2012년 2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 관련 브리핑에서 “상방요인이 커서 10월 물가가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가 치솟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 이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자영업자를 지원하려는 정부 국채를 직매입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부채의 화폐화’ 논란으로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데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시장을 대상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