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개인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대면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에서 풀어주기로 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가계대출 문을 사실상 닫는 셈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지난 8월 주택대출을 전면 중단한 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실수요자 대출 중단 사태를 방지하되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돈줄을 조이다 보니 적용 금리도 치솟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0.14%포인트)으로 뛰어 당장 다음주부터 주택담보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축소하기로 했다. 전세·집단대출을 제외한 ‘대출 보릿고개’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가계 주택·상가·오피스텔 등 부동산담보 구입자금 대출과 신용대출, 비대면 하나원큐 신용대출·아파트론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비대면 대출은 19일 오후 6시부터 중단한다. 하나은행은 14일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5.6%로 5대 은행 중 두 번째로 높다. 금융당국이 묶어둔 ‘증가율 6%대’ 상한에 가까워진 셈이다.

단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대출과 서민금융상품은 기존대로 취급한다. 금융당국이 전날 전세대출에 대해 4분기 취급분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예외가 되면 다른 대출도 여력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의지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나머지 일반 주담대 및 신용대출은 연말까지 신규 취급이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전세대출 합쳐도 6%대 목표 유효"

금융위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밝힌 전세대출 총량 관리 예외는) 실수요자의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일 뿐, 불요불급한 대출이 과도하게 취급되는 것은 막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세대출을 합쳐도 여전히 연 6%대 안팎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5대 은행 부행장 간담회에서도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중단·축소됐던 전세대출을 정상화하면서도 앞서 도입한 영업점·월별 한도 관리 체계와 전세대출 한도 제한 등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특히 신용대출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5~26일 카카오페이 일반청약을 시작으로 대규모 ‘빚투(빚내서 투자)’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잔액 비중이 큰 부동산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중단하고,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이날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을 포함해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축소하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대어’가 나올 때마다 은행 신용대출이 며칠 새 수조원씩 출렁인다”며 “은행들로선 총량 규제를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5대 은행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중단한 곳은 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두 곳으로 늘어났고 대출 금리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 1.16%로 한 달 새 0.14%포인트 올랐다. 2017년 12월(0.15%포인트) 이후 3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들은 당장 18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코픽스 상승분을 적용한다. 현재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만 판매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대출금리가 이날 연 3.0~3.71%에서 18일부터 3.14~3.85%로 오르게 된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