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를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hankyung.com/newsletter
2016년 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는 제이미 다이먼을 비꼬는 내용의 광고판을 미국 마이애미 일대에 내걸었다. 사진=제네시스마이닝

2016년 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는 제이미 다이먼을 비꼬는 내용의 광고판을 미국 마이애미 일대에 내걸었다. 사진=제네시스마이닝

'월스트리트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65)의 별명이다. 2005년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다이먼은 15년 넘게 장기 집권하면서 JP모간 순이익을 네 배 넘게 끌어올렸다. 그는 최근 2026년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임기를 5년 더, 70세까지 보장받았다는 뜻이다. JP모간 이사회는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다이먼 대신 황제에 오를 사람은 아직 없다"고 했다.

하지만 비트코이너들에게 다이먼은 황제라기보다 비호감에 가까울지 모른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이어서다. 경제매체 쿼츠는 "벅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헤지펀드 억만장자 존 폴슨 등 월스트리트 인사 상당수는 다이먼의 '비트코인 혐오'에 뜻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코인으로 돈벌면서 코인 욕하는 '월스트리트 황제'의 본심은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잘근잘근
다이먼은 지난 4일 공개된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본질적 가치가 없다"며 "빛 좋은 개살구(fool's gold)"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그랬듯 어디선가 비트코인을 불법화할 것으로 항상 믿어왔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오랫동안 시장에 존재할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세금 회피, 성매매, 랜섬웨어 등에 쓰이고 있다면 좋든 싫든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주일 뒤인 11일 국제금융협회(IIF) 행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다이먼은 비트코인을 담배에 비유하며 "개인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진짜일 수 있다"면서도 비트코인에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묶여있다는 비트코인의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점이 눈길을 끈다.

"2100만에서 끝난다는 걸 어떻게 아나. 알고리즘을 다 읽어봤나. 난 항상 그런 것에 회의적이다."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다이먼이 비트코인에 비관적인 것은 투자자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거품'에 빗대 비트코인 광풍을 비난했다. "내부 규정에 어긋나고 멍청한 짓"이라는 이유로 암호화폐를 거래한 JP모간 직원을 해고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비트코인을 금, 달러, 미국 국채보다 나은 투자처로 믿고 사는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했다. 올 9월에는 "비트코인 사려고 돈을 빌리면 바보"라는 말을 남겼다.
부들부들
'코인계 셀럽'들은 거북한 기색을 드러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트위터를 통해 "큰 은행을 경영하고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한 답변은 2학년 수준"이라며 "나는 평생 열린 마음으로 살겠다"고 받아쳤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과학과 공학에 배경지식이 없는 CEO는 몇십년 안에 불리해질 것"이라며 "온라인에 무료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툴이 많이 있다"고 비꼬았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다이먼 발언을 뒤집어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게 다이먼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아리송한 트윗을 남겼다.

암호화폐 시장분석업체 메사리의 라이언 셀키스 CEO는 다이먼의 어록을 나열하면서, 비트코인의 장기 가격 그래프를 첨부했다. '당신이 욕할 동안 비트코인은 떡상했다'는 말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2014년 "끔찍한 가치 저장 수단"
2015년 "살아남지 못할 것" "멈출 것"
2016년 "아무 성과도 못 낼 것"
2017년 "사기"
2018년 "진짜로 신경 쓰지 마라"
2020년 "내 취향 아님"
2021년 "관심 없음" "빛 좋은 개살구" "무가치"

코인으로 돈벌면서 코인 욕하는 '월스트리트 황제'의 본심은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취향은 취향, 사업은 사업?
CEO의 일관된 입장과 달리 JP모간은 암호화폐 시장에 전향적으로 발을 들이고 있다. JP모간은 2019년 가상자산의 일종인 'JPM코인'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JPM코인은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스테이블코인이며 기관 간 거래에만 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JP모간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조직을 신설했고, 올 들어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비트코인 펀드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투자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금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대안자산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매체 코인데스크의 한 칼럼니스트는 "다이먼의 개인적 소신이 JP모간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 산업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인으로 돈벌면서 코인 욕하는 '월스트리트 황제'의 본심은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여기에 대한 다이먼의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니까 한다는 것. "우리 고객은 성인이고 생각이 다르다. 이게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객이 비트코인을 사길 원하면 우리는 비트코인을 합법적이고 깨끗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JP모간 직원들은 암호화폐 관련 상품을 추천할 수 없고, 고객의 매도·매수 요청을 수동적으로 처리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