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시몬스 사장 / 사진=시몬스
안정호 시몬스 사장 / 사진=시몬스
시몬스는 에이스침대 창업주 안유수 회장의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이끄는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다.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운영하는 에이스침대와 함께 국내 침대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침대 업계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특급호텔에 설치된 침대와 같은 제품으로 채워진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앞세워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성장한 가구·인테리어 시장을 선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상황 1 렌털 업체의 저가 공세
도전 1 장기 무이자 할부제 도입

코웨이는 2011년 국내 처음으로 매트리스 렌털·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침대 렌털 사업은 월 사용료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2018년에는 생활가전 전문회사 교원 웰스가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한샘 현대리바트 등 대형 종합 인테리어 회사들까지 유통 채널 다양화 차원에서 렌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시몬스 에이스침대 등 기존 대형 침대 업체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고조됐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침대 시장을 렌털 업체들에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몬스는 렌털 사업의 대항마로 2018년 말 시몬스페이를 선보였다. 시몬스페이는 최대 36개월에 걸쳐 무이자 할부로 매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소유하는 카드 결제 방식이다. 시몬스가 카드사에 지급하는 할부 이자를 전액 부담하는 게 특징이다.

시몬스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시몬스의 최저 가격대 퀸사이즈 매트리스 제품 월 납입금액은 3만9000원 수준이다. 렌털 업체들의 동급 제품 가격(2만4900~2만8900원)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몬스의 납부 기간은 36개월로 렌털 업체(72개월)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할부 이자 등 부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총 납부 금액을 따져보면 시몬스의 제품이 동급의 렌털 업체 제품에 비해 20~30% 저렴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몬스페이는 도입 1년만에 결제액이 250억원을 돌파하고, 매년 50%씩 꾸준히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결제액은 약 4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의 약 20%를 시몬스페이가 담당했다.

상황 2 코로나 이후 시장 급성장
도전 2 특급호텔 납품 등 프리미엄 전략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27조65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7조원 선을 넘었다. 올해 1·2분기에도 2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내 생활시간이 늘면서 가구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향후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대규모 신규 입주 등으로 가구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최고급 자재로 침대 제품의 품질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매트리스 스프링 소재로 포스코의 경강선재를 사용하고, 이탈리아 수입 특수 포켓 부직포, 벨기에 수입 원단 등 최고급 소재만을 침대 재료로 쓰고 있다. 국내 업계에선 유일하게 난연 매트리스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등 안전성도 크게 개선했다.

한편으론 특급호텔에 침대 제품을 납품하는 등 프리미엄 마케팅을 구사했다. 시몬스는 지난해부터 신규 개점하거나 재단장한 전국 9개 특급호텔에 프리미엄 침대 제품을 공급했다.

프리미엄 마케팅 효과는 올해 상반기 바로 나타났다. 올해 초 개점한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을 비롯해 롯데몰 메종 동부산, 롯데백화점 동탄점, 대전신세계 등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연이어 개점 초반 가구·인테리어 분야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시몬스, 사상 첫 연 매출 3000억원 달성 비결

상황 3 오프라인 유통망 정체
도전 3 ‘시몬스맨션’으로 체질 개선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체형과 수면 습관에 맞는 침대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하라고 권장한다. 수면의 질과 침대의 품질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침대 회사들이 앞다퉈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침대 업계의 오프라인 유통은 본사가 제품을 공급하고 대리점주가 매장 운영 및 제품 판매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대리점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본사는 대리점 방식을 통해 매장 인건비 임차료 등 운영비를 아낄 수 있지만, 대리점주의 역량 및 매장 입지 등에 따라 제품 판매 실적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많았다.

시몬스는 2019년 초 대리점 위탁 운영 방식의 ‘시몬스맨션’을 도입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본사가 시몬스맨션의 임차료를 비롯해 관리비, 인테리어, 마케팅 비용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100% 지원하는 방식이다.

점주는 제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는다. 본사 주도로 모든 매장의 인테리어 및 서비스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하고, 점주는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상생형 모델이란 평가를 받는다.

시몬스는 지난 3년간 연간 약 300억원을 투자해 시몬스맨션 38개를 신규 출점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대리점들을 도심의 핵심 상권에 모아 시몬스맨션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체 매장 수는 2018년 250여 개에서 140여 개로 줄었다. 하지만 매장당 매출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게 시몬스 측 설명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시몬스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가운데서도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사업 전략을 고수했다.

유통 마진 등 부대 수익까지 끌어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최고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일관된 경영 방침이 프리미엄 사업 전략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몬스만의 카드 결제 시스템부터 온·오프라인 마케팅, 신규 매장 출점 등 사업 전방위에 이런 고급화 전략이 녹아 있다.

시몬스는 2019년 처음 연 매출 2000억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매출 2715억원을 달성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우리는 보통 자신이 지불한 비용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때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즉, 가치(Value)는 “비용(Cost) 대비 혜택(Benefit)”의 함수이다.

가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높은 혜택이 있어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가치가 낮다. 반대로 제품의 혜택 수준이 낮더라도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든다면 가치가 높다.

마케팅에서는 이처럼 제품이 전달하는 ‘혜택’과 ‘비용’을 비교하여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5가지 종류의 가치제안 차별화 전략을 설명한다. 이 중 명품, 혹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주 활용하는 전략으로 “more-for-more” 가치제안이 있다.

“more-for-more” 가치제안은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받는 대신 경쟁사 대비 훨씬 더 높은 제품 혜택을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이다. 샤넬, 벤츠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떠올려 보자. 이 브랜드들은 경쟁사 대비 매우 비싼 가격을 받지만 그 대신 훨씬 더 뛰어난 혜택을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최고의 품질, 장인 정신, 압도적인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가치제안에 설득된 고객들은 고급스러운 제품을 구매한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고, 오히려 더 비싼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시몬스 침대 역시 같은 제품군에서 “more-for-more” 가치제안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수입 특수 포켓 부직포, 벨기에 수입 원단, 특급 호텔 납품 등은 모두 최고급 자재,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다.

단, more-for-more 가치제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싼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핵심 혜택이 설득력 있게 제공되어야 한다. 타깃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쟁사보다 ‘훨씬 더 뛰어난’,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핵심혜택이 제공되어야만 고객들이 그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 것이다.

또한, 시장에는 항상 more-for-more 가치제안의 특징인 높은 가격을 파고드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한다. 예를 들어 경쟁자 보다 더 높은 혜택을 “비슷한 가격”에 전달하는 more-for-the-same 가치제안, 경쟁자와 비슷한 혜택을 “더 싼 가격에” 제공하는 the-same-for-less 가치제안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따라서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터는 경쟁 브랜드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 그리고 차별적인 상징적 가치를 먼저 개발해야 한다. 결국 마케터는 언제나 “내가 왜 당신의 브랜드를 꼭 구매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살림살이에 자연히 눈길이 가게 된다. 덩치가 큰 가구와 전자제품이 특히 그렇다. 사용시간이 긴 가구인 침대도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대상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다 보니 관련 기업들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케이스스터디 기사가 지적한 것처럼 렌털 기업들이 기존 대형 침대 업체들을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몬스는 한편으로는 시몬스페이로 렌털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방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몬스맨션을 선보여 오프라인 유통망을 강화했다.

이 글은 시몬스맨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시몬스맨션은 일종의 ‘플래그십 매장’이다. 플래그십 매장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브랜드의 이미지와 개성이 극대화된 매장이다.

국내에서는 제품의 ‘기능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가전기업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업종에서 플래그십 매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조기술의 발달로 브랜드 간 기능적 차이가 점차 줄어들면서 브랜드의 상징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쾌락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기업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활용해 쾌락적 가치를 강조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기능적 가치는 제품의 뛰어난 기능과 관련된 것이고, 쾌락적 가치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통해 소비하는 감성적인 경험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리킨다.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침대의 기능적 가치이고, 특급호텔에 있는 프리미엄 침대라는 이미지는 쾌락적 가치와 연결된다.

시몬스맨션에서 소비자들은 특급호텔의 프리미엄 침대에 누어 자신의 체형과 수면 습관에 맞는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특급호텔들에 프리미엄 침대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보한 시몬스 침대가 지닌 쾌락적 가치를 플래그십 매장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한 전략은 유효한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의 효과 보다 시몬스맨션에 더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대리점 위탁 운영 방식의 도입을 통해 점주의 사업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상생형 모델의 도입이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최고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경영 방침에 기반한 시몬스의 프리미엄 사업 전략은 어떠한 마케팅 전략 보다 뛰어난 성공전략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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